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자신을 정치계로 이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를 드러냈다.
21일 새벽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정치를 하며 승부 의식이 생기는 지점은 내가 세운 가설을 내 손으로 마지막까지 검증해보고 싶을 때"라며 글을 게재했다.
이어 "유세차를 공개하면 젊은 세대의 입이 터지고 그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가설은 오세훈이라는 큰 우산 아래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실험이었다"고 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당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할당제를 없애는 방법으로 오히려 남녀노소간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고 고급 인재를 쓸어 담을 수 있다는 이 가설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수백 차례 돌아간 사고실험이지만, 현실에서 이 시도를 완결하려면 당 대표의 권한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1년은 정말 책 읽고 코딩하면서 평화롭게 쉬고 싶었는데 사실 27살 이후로 한 해가 계획대로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이제 익숙하기만 하다"며 "생각해보면 다 나를 이 판에 끌어들인 그 분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하지만 나는 컴퓨터와 씨름하던 나를 사람들과 씨름하는 곳으로 끌어내 준 그분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두 차례 언급한 '그분'은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이준석 전 대표는 비대위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당시 서른 살도 안 되는 나이로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되어 '박근혜 키즈'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그는 카이스트에 잠시 다니다가 하버드 대학교에 진학해 경제학, 컴퓨터과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스펙으로 화제가 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거리낌 없이 쓴소리를 전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정농단으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불거진 후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19대 대선 후보 유승민에게 힘을 실었다.
그는 과거 방송된 '강적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한 논의에서 "전두환, 노태우처럼 법적 판단을 받은 후 범죄 혐의를 고려한 형량을 선고한다"며 "이후 국가적 과제를 고려해 형 집행을 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형은 선고하되 집행은 하지 말자는 의미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그분'에게 감사를 표한 것에 대해 탄핵 과정에서 완전히 결별했지만 자신을 영입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대선에서 멋지게 승리해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 등 강경 보수 세력과의 단절을 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경종을 울릴 용기가 없었던 비겁자들이기에 벌을 받는 것"이라며 "다시는 진실과 정론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비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표심 공략을 위해 개방과 경쟁 공략을 내세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논쟁을 벌인 젠더 이슈와 관련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재를 널리 경쟁 선발하겠다는 원칙으로 실력만 있으면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함으로 가슴을 뛰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 경북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