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 중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당 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 대표가 되어 대선에서 멋지게 승리해 보이고 싶다"면서 각오를 밝혔다.
그는 "2011년, 정치인보다는 프로그래머로 살고 싶었던 저에게 이 당에서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할 행운이 찾아왔다"며 "우리는 탄핵 이후의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 값진 승리를 얻었다. 이번 승리는 지금까지 우리 당이 관성으로 여기는 영남 몰표, 수도권/충청권 선전을 바탕으로 한 승리가 아니었다. 60대 이상의 전통적 지지층과 2030이라는 새로운 지지층의 세대 간 결합을 통해 크게 이겼다"고 전했다.
이어 "그 승리의 여운 속에서 저는 매일 불안에 시달린다. 얼떨결에 얻은 과분한 승리다"라며 "우리는 젊은 세대의 이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나. 젊은 지지층의 지지를 영속화하려면 우리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각자 마음 속에 깊게 자리한 만성적인 비겁함과 탐욕을 게워 내야 한다"며 "보신주의에 젖어 틈만 나면 양비론과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을 젊은 세대는 경멸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그에 대해 경종을 울릴 용기가 없었던 비겁자들이기에 벌을 받는 것이다"라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우리는 다시는 진실과 정론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비겁하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주장이나 수단과 완전하게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난 보궐선거 때 성공 전략으로 꼽힌 유세차를 언급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약속해야 할 것은 개방이고 경쟁이다. 오세훈 후보는 젊은 세대에게 4평 남짓한 5t 유세차 트럭의 적재함을 내어주는 결단으로 젊은 세대의 유례가 없는 지지를 얻어냈다"며 "이제 당은 더 큰 혁신을 위해 무엇을 내어 줄 수 있나.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당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경쟁선발제를 주요 당직에 도입하겠다. 대변인과 전략, 기획 업무를 하는 당직은 토론배틀이나 정책공모전, 연설 대전 등의 방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누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전 최고위원이 19%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나 전 원내대표(16%), 주 전 원내대표(7%), 김웅·홍문표 의원(각 4%) 순이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는 총 10명이 출마했고, 오는 28일 실시되는 예비경선을 거쳐 5명만 본경선에 올라간다.
본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최종 결과를 정한다. 이로 인해 여론조사에서 뜨거운 인기를 끄는 이 전 최고위원이 반드시 당대표가 될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내년 열릴 대선투표에서 당내 대선주자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중권이 이준석을 너무 키워버린 것 같다. 정치적 비중이 특별히 있는 위치도 아니고, 한두번 얘기하고 그냥 놔두면 그러다 말았을텐데, 연일 논쟁을 벌이다 보니 언론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이남자’들의 지지 속에 여론조사 1위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여론조사대로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반여성주의와 여성할당제 폐지를 내건 제1야당 대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꼬집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