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호재 3분기까지 지속”
HMM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약세장, 강세장을 가리지 않는다. HMM은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47%(3200원) 오른 4만60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50위권 종목 가운데 가장 상승폭이 컸다.
HMM은 요즘 국내 증시에서 가장 핫한 종목이다. 1년 전 HMM 주가는 3800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여파도 아니었다. 이전부터 수년간 3000원대의 지지부진한 주가가 이어져 왔다. 국내 경쟁사인 한진해운이 정리된 이후 투자자들은 해운업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해운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당시 한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다 망한 해운업이나 HMM까지 커버할 여력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년 5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정부가 “HMM은 꼭 살리겠다”고 한 것이 반전의 계기였다. 4000원대로 진입한 주가는 작년 6월 1일 20개월 만에 최고가 기록을 썼다. 그래도 시장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HMM이 본격적으로 부활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불황형 특수인지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서너 달간 숨고르기를 하며 조금씩 오르던 주가는 작년 하반기 들어 탄력을 받았다.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다.
이후 주가는 연이어 앞자리를 바꿔나갔다. 1년 새 1100% 넘게 뛰었다. 증권사 목표주가가 주가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승 속도가 빨랐다. 코로나19 물류대란과 미국 한파,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사건 등이 줄줄이 호재로 작용했다.
업계에선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HMM은 올 1분기 매출 2조4280억원, 영업이익 1조193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전문가들은 좋은 실적의 기반이 된 해상 운임이 단기간에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5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지난 14일 SCFI가 3343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이고 5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SC(1년 단위 장기운송계약) 운임이 2020년 대비 TEU당 700달러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산 신청한 허츠의 운명은?
미국에서는 파산 신청까지 했던 렌터카업체 허츠가 HMM과 비슷하게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미국 2위 렌터카업체인 허츠는 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채 작년 5월 파산법원에 미국 본사와 캐나다 자회사 등에 대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만료된 자동차 리스 대금 상환 기한을 재연장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운행 정지(운휴)에 들어간 허츠 렌터카는 약 70만 대에 달했다.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여파로 작년 5월 한때 주가는 0.56달러까지 추락했다. 불과 4년 전인 2016년 45달러를 웃돌았던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진 셈이다. 투기적인 수요가 몰린 탓에 잠시 급등했지만 이후 주가는 1달러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이달 들어 다시 허츠가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백신 효과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데다 중고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츠 주가는 지난 14일 6.80달러로 치솟았다. 작년 저점 대비 1년 만에 1114%나 상승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4월 중고차지수가 195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량의 매각가치가 높아지면서 렌터카업체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HMM과 허츠 모두 과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바닥을 찍고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내면서 주가가 급하게 오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를 유의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