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뜬금없는 ‘금서 논란’이 일었다. 여러 공공도서관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쓴 《정책의 배신》과 이른바 ‘조국 흑서’로 불리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이 집필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서가에 비치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그 배경에는 두 책의 막강한 파급력이 있다. 이 책들은 현 정부와 여권에 대한 단순한 정파적·이념적 비난에 그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과 검찰개혁 등 주요 정책들이 어떻게 모순됐는지를 전문적인 시각으로 조목조목 짚어냈다.
《함께 못사는 나라로 가고 있다》도 이 책들 못지않게 날카롭고 논리정연하게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한다. 저자의 면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을 지낸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교수를 비롯해 김진국·이혁우 배재대 교수, 곽노성 혁신과규제연구소 소장 등 이름난 경제·행정 분야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조세 전문가답게 세제 관련 내용을 맡았다.
제목대로 저자들은 한국 경제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각한 청년 실업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 수준의 노인 빈곤율, 급격히 악화되는 재정 건전성 문제 등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제시한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을 낳았고,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와 같은 혁신은 기득권과 정치권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저자들은 이런 문제들의 원인을 ‘국가주의’에서 찾는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일등공신은 정부의 엘리트 관료들이었다. 이들은 한정된 민간부문의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최단 경로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사회 전체가 이 같은 ‘성공의 추억’에 사로잡히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정부가 지나친 권한을 갖게 되면 각종 부작용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저자들의 주장에서는 다소 기시감이 느껴진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이미 수없이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최신 통계와 이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논리 전개, 저자들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이 책을 다른 정부 비판 서적과 차별화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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