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플라스틱 뚜껑을 재생한 ‘새활용(업사이클링) 플라스틱’으로 만든 공기청정기, 불판이 달린 1인 가구용 소반, 멀리서 보면 촛대 같은 황동 종이조명…. 각기 다른 창작자가 만든 제품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서울 세운상가 일대 청년 스타트업이 기술 장인과 지역 자원을 활용한 ‘세운메이드 제품’이다.
서울시는 세운메이드 제품 9개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시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세운메이드는 서울시가 2019년부터 추진해온 세운상가 시제품 제작 지원사업 브랜드다.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다.
1971년 준공된 주상복합단지인 세운상가는 한때 서울의 전자·전기산업 메카로 꼽혔다. 세운상가엔 높은 기술력을 갖춘 장인이 많아 ‘자본만 있으면 우주선이나 탱크도 거뜬히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재개발 논란 속에 방치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세운상가가 활력을 되찾은 것은 2016년 서울시가 ‘다시 세운 프로젝트’로 세운상가 살리기에 나서면서다. 2019년부터는 세운메이드란 이름으로 성과를 하나둘 내기 시작했다.
올해 선보인 세운메이드 제품 9개는 모두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했다. 대부분 세운상가 일대에서 재료를 구입해 가공했다. 1인 가구나 20~30대를 겨냥해 기획한 제품도 있다. 와플콘(새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공기청정기)을 비롯해 불소반(불판이 달린 1인 가구용 소반), 칠석무늬(황동 종이조명), 별똥꽃(모빌·꽃병), 언베일(디자인 스피커) 등이다.
서울시는 20일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일정 금액 이상 시민 투자를 모은 제품은 제품화 및 판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세운메이드 기획전’을 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상가가 도심 창의 제조산업 혁신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며 “다양한 창작자를 연결해 관련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기대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에서 활동하는 소상공인, 디자이너, 스타트업 등과 손잡고 지역산업 활성화를 계속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 세운메이드 사업에 참여한 음향기기 전문업체 비비티는 복고풍 카세트 모양 ‘카세트MP3’를 선보여 크라우드 펀딩 목표금액의 1840%를 모았다. 또 다른 참여 업체 아몬드스튜디오는 전통잔 ‘술라’로 목표금액의 537%를 달성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