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를 16년 동안 맡고 있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의 후계자는 누가 될 것인가?
JP모간이 18일(현지시간) 승진 인사발령을 통해 미국 월스트리트의 오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공한 듯하다. JP모간은 51세 동갑내기 여성 임원인 메리앤 레이크와 제니퍼 핍스잭을 소비자·커뮤니티 금융부문의 공동 CEO로 승진 발령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두 사람은 각각 자녀 셋을 둔 ‘워킹맘’으로 요직을 두루 거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까지 미 주요 은행 중 여성을 CEO로 택한 곳은 씨티그룹이 유일하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에 이어 또다시 월가에서 유리천장이 깨지는 사례가 JP모간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소비자·커뮤니티 금융은 JP모간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단일 사업부문으로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회사 전체 이익의 40%가량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런 핵심 직책을 맡은 임원은 곧 다이먼의 후계자 후보임을 시사한다고 월가는 해석하고 있다.
JP모간이 임원 두 명에게 같은 업무를 맡기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과거 나란히 다이먼의 후계자로 지목돼온 고든 스미스와 대니얼 핀토가 공동으로 사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마이크 마요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사로 JP모간의 CEO 자리를 놓고 두 여성 임원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의견을 냈다. 스미스는 올 연말 은퇴할 예정이고 핀토는 올해 58세다.
두 사람 중 먼저 주목을 받아온 쪽은 레이크다. 영국 레딩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레이크는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회계사로 일하다가 1999년 JP모간 영국지사에 입사했고 2004년 미국 본사로 건너왔다. 레이크의 존재감이 뚜렷해진 시기는 소비자·커뮤니티 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쳐 2012년 CFO로 임명되면서부터다. 숫자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기억력을 갖춘 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는 40대에 대리모를 통해 배우자 없이 아이 셋을 키우는 ‘싱글맘’이 됐다. 과거 인터뷰에서 다이먼은 레이크를 “위대한 지도자에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핍스잭은 1994년 JP모간에 입사해 투자은행(IB)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담보대출 부문 CFO를 거쳐 기업금융 CEO, 카드 부문 CEO 등을 맡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금융인 중 한 명으로 지목돼왔다. 그는 2019년 레이크의 뒤를 이어 CFO를 맡았다.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녀 셋을 두고 있다.
2005년부터 JP모간의 사령탑을 맡아온 다이먼은 월가의 최장수 CEO로 꼽힌다. 오랜 세월 동안 다이먼의 후계자 후보로 여러 임원이 거론됐지만, 기다림에 지쳤거나 사건 사고에 휘말려 다이먼보다 먼저 퇴사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JP모간 이사회는 최근 다이먼에게 회장직을 더 수행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에서는 다이먼의 임기가 5~7년가량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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