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일본인들은 집단 우울증에 빠진다는 농담이 있다. 공휴일이 몰려있는 5월의 '골든위크' 다음달인 6월에는 주말을 제외하면 휴일이 하루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공휴일이 가장 많은 나라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공휴일은 16일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많다. 2위인 이탈리아는 12일, G7 가운데 가장 공휴일이 적은 영국은 8일로 일본의 절반이다. '일본인은 일벌레'라는 통념을 무색하게 하는 통계다.
우리나라도 공휴일 수만큼은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일요일과 선거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은 15일로 일본과 하루 차이다. 하지만 '유효 휴일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경일은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걸리는 해는 휴일이 감소한다. 대표적인 '저주받은 해'인 올해는 현충일, 광복절, 한글날, 개천절, 크리스마스가 모두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다. 설날도 금요일이어서 휴일수가 하루 감소, 그 결과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공휴일은 9일이다.
반면 일본은 '춘분의 날(3월20일)'이 일요일인 것을 제외하고는 '주말 손실'이 없다. 그 결과 16일 가운데 15일을 오롯히 쉴 수 있다. 공휴일을 날짜로 특정하는 대신 '몇월 몇째주 월요일'로 정하는 '해피먼데이' 제도를 2000년에 도입한 덕분이다.
'성인의 날'과 '스포츠의 날', '바다의 날', '경로의 날'이 이 제도에 따라 1월과 7월, 9월, 10월의 월요일로 옮겼다. 덕분에 6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3연휴가 끼어있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닌 일본은 사실 12월도 3연휴가 없는 달이다. 하지만 연말·연시는 관공서를 포함해 일본 사회 전체가 열흘 가까이 쉬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휴가를 끼워쓰는 5월의 '골든위크'와 9월의 '실버위크' 기간에는 짧게는 5일, 길게는 10일의 연휴도 가능하다.
도쿄올림픽이 예정된 올해는 바다의 날과 스포츠의 날, 산의날을 개회식과 폐회식이 있는 7월과 8월로 옮겼다. 덕분에 7월에 4연휴, 8월에 3연휴가 생겼다. 한국에 비해 휴일이 곱절 이상 많게 느껴지는 이유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도 1948년 처음 '국민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을 때는 연간 공휴일수가 9일이었다. 공휴일이 늘어난 건 재밌게도 '일본인은 일개미'라는 서구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966년 건국기념일(2월11일)과 경로의날(9월15일), 스포츠의 날(10월10일)이 공휴일에 추가됐다. 1986년에는 5월4일을 '국민의 휴일'로 정했고, 2000년에는 해피먼데이 제도를 도입해 3연휴를 대폭 늘렸다.
물론 공휴일이 많다고 해서 일본인은 많이 논다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여행사이트 익스피디어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인의 유급휴가 취득률은 45%로 G7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서비스업 종사자는 여전히 연휴를 얻기 힘든 현실"이라며 "유급휴가의 취득 의무를 확대하는 등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은 기념일 왕국이기도 하다. 일반 사단법인 '일본기념일협회'에 등록된 기념일은 지난달 28일 기준 2272건에 달한다. 10년새 3.7배가 늘었다. 1년 내내 1개 이상의 기념일이 있는 셈이다. 5월8일은 '어머니의 날'이면서 '종이비행기의 날'이기도 하다.
'스타워즈의 날', '귀의 날', '좋은 부부의 날' 등 기상천외한 기념일도 즐비하다. 기업이나 개인이 신청하면 일본기념일협회가 '부적절하다'라고 판단하지 않는 한 등록증을 발행하기 때문이다. 기념일을 정하는 법적 근거는 따로 없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