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부산·제주 등이라도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 회 분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전직 총리의 어설픈 백신 정치가 국민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인가"라며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국민 앞에서 백신까지도 편 가르기 도구로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발언은 황 전 대표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연 특파원 간담회에서 나왔다. 황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 주요 업체 백신 1000만 개를 한-미 동맹 혈맹 차원에서 대한민국 쪽에 전달해줄 것을 정·재계 및 각종 기관 등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특히 국민의힘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부산·제주 등이라도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 회 분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부산은 지난달 7일 보궐선거에서 각각 국민의힘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당선됐고, 제주는 같은 당의 원희룡 도지사가 도정을 책임지고 있다.
황 전 대표는 13일 "장제원 의원이 저에 대해 우려의 글을 페북에 올려주셨는데 제 진심이 잘못 전달된 것 같아 황당하고 미안하다"라며 "이번 방문으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백신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여당은 ‘백신 외교를 함께 하자’는 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의원 몇 명이 가서 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니 답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라고 압박을 하고자 몇 가지 예를 든 것이다"라며 "만약 소극적으로 해서 협상을 그르치면,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압박이었으며 오로지 청와대, 정부, 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修辭)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앞서 장 의원은 "황 전 대표는 전직 미래통합당 대표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전직 국무총리다"라며 "아무리 대권행보가 급했다지만, 미국까지 가서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라도 백신을 달라는 것은 망신스러운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여당은 황 전 대표의 발언이 ‘정치 재개를 위한 얕은수’라며 비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가신 분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구하겠다는 거로 치환해서 말씀하신 것 같다”며 “황교안 전 대표가 정치를 재개하고 싶은가 보다. 쿨하게 하시면 되는데 미국에서까지 왜 그렇게 나라 망신을 주는지 잘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