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또다시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세 치 혀’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2월 15억달러어치 비트코인 투자와 테슬라 구입 시 결제수단 이용 방침을 밝혀 비트코인 가격을 폭등시켰던 그가 3개월 만에 갑자기 결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어제 한때 15% 가까이 폭락했고, 대다수 암호화폐가 5~10%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머스크가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성 장애)을 앓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락가락 발언은 정도가 심하다. 2월 말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높다”고 하더니, 최근엔 도지코인에 대해 “세계를 장악할 멈출 수 없는 금융수단”이라고 했다가 바로 “사기다”라고 하는 등 한없이 가벼운 입놀림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코인은 주식과 달리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받을 일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이 한 개인에 의해 널뛰기를 하는 것은 아무도 미래를 모르는 데다 투자 기준이나 적정가격 평가시스템이 없어서다. “폰지 사기와 같다”(《블랙스완》 저자 나심 탈레브)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금을 대체할 것”(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이란 견해도 있다. 최근 블록체인 자체의 유용성은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암호화폐가 화폐나 금융시스템을 언제,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설사 그게 가능하더라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기득권 세력’이 각종 규제로 막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암호화폐는 투기자산에 더 가깝다”고 한 것이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제약이 아주 많다”고 한 것부터 그렇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시간 문제일 뿐, 비트코인이 달러와 금, 그리고 금융에너지를 거의 모두 흡수할 것이라고 믿는다. 2025년에는 가격이 30억~5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에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린 “내 염소들: 맥스와 비트코인”이라는 글과 관련, 오는 26일 주총에서 ‘깜짝 발표’를 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 중이다. 온통 불확실성투성이인 암호화폐 시장에 저커버그가 새로운 희망이 될지, 제2의 머스크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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