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출중한 악단인지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는 어려운 레퍼토리를 얼마나 친숙하게 들려주느냐다. 그런 점에서 지난 1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스메콰르텟의 음악회 ‘인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Ⅱ 에스메콰르텟’은 현의 미학을 제대로 선보인 자리였다. 현악기 선율을 엮어 한 편의 서사시를 들려줬다.
에스메콰르텟은 2016년 독일 유학 중이던 배원희(바이올린), 하유나(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이 구성한 실내악단이다. 창단 1년 만에 노르웨이 트론헤임 국제 실내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런던 위그모어홀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인으로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에스메콰르텟은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19번’(불협화음)과 드뷔시의 ‘현악4중주 1번’, 차이콥스키의 ‘현악4중주 1번’을 들려줬다. 프로그램 구성부터 흥미로웠다. 드뷔시가 유일하게 남긴 현악4중주 1번이나 차이콥스키의 레퍼토리는 조직력이 탄탄한 콰르텟(4중주단)만이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화성이 얽혀 있는 곡의 선율을 에스메콰르텟은 차분하게 풀어냈다. 주선율이 변주되는 빈도가 잦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음량과 박자를 조절하며 분위기를 조율했다. 균형감 있게 이어진 연주 끝에 화음이 맞춰지자 객석에선 묘한 쾌감이 번졌다. 첼로와 비올라가 서로 대화하듯 선율을 연주하거나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서로 주고받는 화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피날레도 강렬했다. 차이콥스키의 현악4중주 1번은 제1바이올린이 돋보이는 레퍼토리다. 독주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악단 리더이자 제1바이올린을 맡은 배원희는 욕심을 버렸다. 앞으로 나서는 연주 대신 다른 현악기와 조응했다. 네 가지 악기가 하나로 묶이자 에너지가 분출됐다.
평론가들도 완성도 높은 연주였다고 입을 모았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감정에 호소하는 신파가 아니라 현악기 선율을 명확하게 소리내며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고 호평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도 “한층 조화로운 연주를 선보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까진 리더인 배원희를 중심으로 선율이 흘렀는데 지금은 네 연주자 모두 짜임새 있게 하모니를 들려주면서도 각자 실력을 발휘했다”며 “특히 악단을 뒷받침하는 첼로와 비올라 연주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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