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는 마을 한복판에 공장이 무분별하게 들어와 뒤섞인 곳이 적지 않습니다. 체계적으로 조성한 민간 산업단지를 많이 공급해야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고병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코매드실업 대표·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지는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주로 마을의 근린생활시설에 들어서는 공장에선 폐자재 등 환경 피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땅을 매입해 공장을 짓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어 이런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막으려면 저렴하게 조성한 민간 산업단지가 필요하다는 게 고 이사장의 주장이다. 국가산업단지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조성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민간 산단이 중소기업들의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 전문가’로 통한다. 2005년부터 그가 주도해 완공한 산업단지만 수원고색게임산업단지(33만㎡), 파주적성산업단지 1단계(46만8000㎡), 파주적성산업단지 2단계(13만5000㎡) 등 4곳에 이른다.
원래 고 이사장은 국내 게임기 산업 1세대 기업인이다. 1980년대 유원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총쏘기, 회전목마, 꼬마기차 등 아케이드 게임(기계식 게임) 시장을 이끌었다. 1989년 무역의 날엔 ‘천만불 수출의 탑’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고색산단 조성에 나선 것은 회원사들의 고충을 경험하면서다. 제품을 만들 만한 공간이 없어 황량한 변두리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회원사가 많던 시절이다. 고 이사장은 “수출에도 기여하면서 게임기 시장이 활기를 띠었지만 마땅한 보금자리가 없어 수원시와 협의해 산단 조성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때 성공을 밑천 삼아 파주 적성산단 개발에도 나섰다. 고 이사장은 ‘가격’을 중소기업 전용 산단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았다. 제조원가를 낮춰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조성한 산단의 공급가격은 수도권인데도 3.3㎡당 100만원이 채 안 된다.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그는 토지 매입, 인허가, 설계, 분양 등을 직접 맡아 진행하며 수수료를 절감한다.
고 이사장은 최근 파주 파평산업단지 조성에 나섰다. 총 60만6000㎡에 이르는 대규모 산업단지다. 고 이사장은 “15년간 지지부진하던 파평산단을 올해 초 인수해 이달 착공과 분양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