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11일(18: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사모펀드(PEF)인 센트로이드 PE가 글로벌 톱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새 주인이 됐다. 이 '빅딜'은 국내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의 든든한 조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인수합병(M&A) 업계의 평가다. 그동안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돼온 신영증권이 자사의 '랜드마크' 거래로 이번 딜을 낙점한 점도 눈에 띈다.
인수 금액 총 1조8000억원 중 약 9000억원을 신영증권이 단독으로 선순위 인수금융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순위 메자닌과 지분투자(에쿼티)에선 새마을금고중앙회(MG중앙회)가 앵커 투자자를 맡고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 복수의 증권사가 클럽딜 형태로 나머지 금액을 충당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는 지난 2010년 미래에셋PE 등 국내 운용사와 기관들에 '대박'을 안긴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투자 구조와 판박이란 평가가 나온다. 휠라코리아가 전략적투자자(SI)로 경영을 맡고, 미래에셋PE·우리블랙스톤PE·네오플럭스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조력했다. 약 13억달러(1조4000억원)의 인수 금액 중 휠라코리아(1억달러)와 FI(7억달러)가 총 8억달러를 조달했고 산업은행·하나은행 등이 인수금융으로 약 5억달러를 제공했다.
당시엔 국민연금이 미래에셋PE가 조성한 프로젝트펀드에 앵커 투자자로 2억달러를 지원했지만, 이번엔 센트로이드와 합을 맞춰온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해당 역할을 맡았다. 또 그간 IB시장에서 전면에 나선 모습이 드물었던 신영증권이 총액인수 방식으로 9억달러를 단독으로 제공하는 점에도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투자은행(IB)관계자는 "워낙 아쿠쉬네트 거래가 국내 M&A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보니 신영증권이 이번 딜을 계기를 공격적인 IB시장 진입을 위한 '랜드마크'거래로 낙점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PE와 국민연금 등 주요 출자자는 2016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해 6년간 약 15%에 육박한 내부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투자 회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아쿠쉬네트의 기존 사업군 외 의류 부문 등으로 확장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센트로이드도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의류 부문 등을 강화하는 방향의 육성 전략을 짠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테일러메이드를 보유하던 아디다스가 매각 과정에서 골프의류부문을 제외된 만큼 공백을 다시 채워 기업가치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매각과정에서 테일러메이드의 경영 현황도 일부 담겼다.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시장 내 주요 제품군 별 시장점유율은 메탈우드(10%), 아이언(5%), 퍼터(6%), 웻지(2%) 수준이다. 테일러메이드는 한국 시장에서 3년 내 2배 이상 성장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테일러메이드가 보유 중이던 테크·의류·악세사리·매니지먼트 자회사 등 10곳 가량의 브랜드 및 라이센스, 투자 자산 등도 함께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테일러메이드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의류브랜드 그레이슨(Greyson), 골프 분야 미디어 스크래치 골프(Skratch golf), 골프 시뮬레이션 기술기업인 풀스윙골프와 골프 데이터를 집계하는 아커스 골프(Arccos Golf) 등이 대표적이다.
센트로이드가 주요 금융기관 및 연기금·공제회 등에 접촉하는 과정에서 이번 M&A 프로젝트명도 알려졌다. 테일러메이드의 주요 모델이기도 한 타이거우즈가 즐겨입는 붉은 셔츠에서 이름을 딴 '선데이레드(Sunday red)'가 낙점됐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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