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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탄소중립, 함부로 거론해선 안 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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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탄소중립’이라는 말을 너무도 쉽게 많이 사용한다. 작년 12월 대통령 특별담화 이후의 일이다. 각계 지도층은 물론 그렇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그러는 것 같다. 유관 학계인사들도 부질없이 한몫 끼려 노력하는 듯하다. 모두가 세계적 대가들도 잘 모른다는 지구 탄소순환시스템과 관련 경제사회체계 변천과정을 정확히 아는 것처럼 행세한다.

탄소중립이란 2050년까지 지구와 지구 상공 대기에 ‘들어오고 나가는 탄소의 양을 같게 해’ 더 이상의 축적을 방지한다는 뜻이다. 탄소축적을 영(零)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넷 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 과학적 순환, 축적과 소멸논리는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 미래예측은 더욱 어렵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인류문명은 더욱 ‘강력한’ 에너지인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의 집중 사용과 전력 등 보다 광범위한 에너지전환에 기반을 뒀다. 그런데 탄소중립은 이런 ‘패턴’을 완전히 거꾸로 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에너지사용을 억제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결국은 ‘마이너스’배출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역(逆)산업혁명’이다. 우리의 기존 가치관과 인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지금과는 판이한 기술체계와 경제사회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시발점은 지구온난화다. 유엔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회) 등에 의하면 대기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섭씨 1.5도 이상 높아지면 해수면 상승 등 기후재앙 때문에 인류문명 붕괴가 우려된다. 대기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2도 올랐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노력해도 2050년까지 1.5도 이하로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배출 정점이라는 2008년께부터 지속적인 배출 감축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탄소중립을 위한 배출감축 전략은 아직 불명확한 면이 많다. 2050년 ‘넷 제로’구성 방법론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구와 해양 그리고 상공의 대기 순환과 축적을 한꺼번에 설명하고 예측할 방법론은 없다. 그 어떤 초강력 슈퍼컴퓨터로도 안 된다. 심지어 이산화탄소 기준 기존 연구결과들을 순수한 탄소로 변환하는 방법론도 혼란스럽다. 메탄가스, 에어졸 등 이산화탄소 외 물질의 파급영향 평가도 미완의 상태다. 해양의 ‘탄소 침적’ 기능평가는 아직 요원하다. 국경 없이 이동하는 대기성분 중 특정 국가의 탄소중립 기여도 평가방법도 없다. 따라서 미국, EU 등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개시 연도로 공언한 2008년 수준에서 모두가 참여하더라도 향후 2~3세기 동안 0.3~0.5도 정도 추가상승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당장 탄소배출을 ‘제로’로 한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축적은 급감하지만 더 낮은 대기온도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에 집착하는가?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발표된 탈(脫)원전정책의 후과다. 탈원전 이후 연이어 발표한 녹색·신재생에너지, ‘한국형 뉴딜’ 등 이념형 에너지정책들의 대미가 탄소중립이다. 이 정책이 성공해야만 그 이전 모든 이념형 정책들의 타당성이 입증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국민적 관심을 끌 수소사회, 풍력·파력발전 등 온갖 유관 사업들을 탄소중립사업 일환으로 끌어들인다. 충분한 경제성 입증도 없고 지구 전체 탄소중립에 한국의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잔여임기 1년 동안 탄소중립 사업의 정부실패를 방지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에 기반한, 천천히 가는 탄소중립 수용 등 종래와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 정치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누구도 탄소중립을 쉽게 거론해서는 안 된다. 실무진은 ‘몰라서 용감하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부화뇌동도 안 된다. 우리나라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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