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면허가 없거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운전하면 범칙금을 내야 한다. 전동 킥보드를 다른 사람과 함께 타도 범칙금이 부과된다.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3일부터 시행된다고 11일 발표했다. 앞으로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자만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종 원동기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없게 된다. 위반시 범칙금은 10만원이다. 그동안은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도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운전자 보호 규정도 담았다. 전동 킥보드 운전자는 앞으로 헬멧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미 착용 시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두 명 이상이 한 전동 킥보드를 함께 타면 범칙금 4만원, 음주 및 과로·약물복용 상태로 운전하면 범칙금이 10만원이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면 보호자가 10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법 개정은 갈수록 늘어나는 PM 사고에 따른 조치다. 국내 전동 킥보드 등 PM 규모는 2017년 9만8000대에서 2018년 16만7000대, 2019년 19만6000대로 매년 늘었다. 이와 함께 PM 사고도 2018년 225건(4명 사망), 2019년 447건(8명 사망), 작년 897건(10명 사망)으로 급증했다.
다만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헬멧 착용 의무화’가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운전자가 일일이 헬멧을 갖고 다니기 어렵고, 공용 헬멧을 제공하는 PM 업체도 드문 탓이다. 2018년 9월 자전거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을 때 서울시는 공용 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 공용 헬멧을 비치했지만, 한 달 이용률은 3%에 그쳤다. 최초로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뉴욕과 영국, 프랑스 등의 주요 도시는 성인을 제외한 청소년만 헬멧 착용이 의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유 킥보드 운전자에게 개인적으로 헬멧을 들고 다니라고 강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헬멧 착용을 강제하기보다 계도 형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도 남은 숙제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많은 지하철역 주변과 대학교 등에 전단을 배포하고 주요 법규 위반 행위를 단속·계도할 계획”이라며 “개정안 시행 후 한 달 동안은 처벌보다 계도 중심으로 단속할 방침”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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