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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광기어린 춤으로 선보인 신명과 한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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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은 통한다. 흥이 극에 달해 미쳐버리거나, 한(恨)을 분출하려 내뿜는 광기는 구분하기 어렵다. 현대무용가 김재덕은 두 가지 감정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감정을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말미에는 신명과 한을 엮었다. 역동적인 음악과 세련된 몸의 언어로 두 감정을 승화시킨 것이다. 지난 8~9일 서울 역삼 LG아트센터에 펼쳐진 '시나위&다크니스 품바' 이야기다.

첫 무대부터 남달랐다. 김재덕이 15분동안 즉흥 춤을 선보이는 '시나위'를 선보일 때였다. 그는 배경음악을 끄고, 조명도 하나만 사용한 채로 무대 위에 섰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를 끊임없이 지껄이는 '지베리시'와 함께 독무를 시작했다. 관객에게 말을 걸 듯이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도 보여줬다. 8분 후 거대한 북소리와 함께 분위기가 바꼈다.

빠른 박자의 북소리가 울려펴졌고 김재덕은 객석을 등진 채 독무를 이어갔다. 여유로웠던 전반부와 정반대로 무대를 꾸렸다. 무언가에 쫓기듯 긴박한 춤사위를 보여줬다. 정장 자켓을 오물처럼 표현하며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독무가 끝나고 조명은 꺼졌다. 모든 걸 초탈한 듯 김재덕은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이날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인 다크니스 품바에서도 신명과 한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전반부는 품바들의 놀이판이었다. 말쑥한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맨발로 나타난 남성 무용수 7명. 모던테이블 단원들과 김재덕이 말 그대로 한바탕 놀아제꼈다. 품바 타령과 함께 격렬한 군무를 선보였다.


무대에 선 소리꾼 윤석기도 단원들에겐 놀잇감이었다. 단원들은 창을 부르는 윤석기를 둘러 멨다. 아예 그를 거꾸로 들기도 했다. 윤석기도 무용수한테 매달린 채로 노래를 이어갔다.

후반부에 이르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김재덕이 윤석기와 함께 품바 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박자는 느려졌고 선율은 처연했다. 군무는 한스러운 춤사위로 전환됐다. 3인조 밴드 연주에 맞춰 김재덕은 "품바는 잘도 노네"란 구절을 반복했다.

억눌린 한을 창으로 풀어낸 것이다. 창은 이내 절규로 이어졌다. 광기어린 노래였다. 표효하는 김재덕을 두고 단원들은 객석에 난입해 춤을 추기도 했다.

순간 찾아온 정적. 어둠이 무대를 덮쳤다. 나지막히 흐르는 판소리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이어졌다. 단원들은 뭔가를 갈구하듯 손을 휘젓고, 구속에 벗어나려 몸을 손으로 비벼댔다. 군무가 멎고 고요함 속에서 마무리되는 무대. 흥과 한이 사라진 공연장에는 묘한 허무함이 퍼졌다. 잠에서 깬 듯 관객들은 연신 박수를 쳤다.


15년동안 전 세계인을 홀린 공연다웠다. 역동적인 군무와 김재덕의 노래도 흡입력이 높았다. 무대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쳐났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심오했다. 신명과 한의 변증법을 춤사위로 풀어낸 공연이었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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