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인기 어종 BBIG 총출동
지난해 주식 시장을 휩쓸었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은 공모주 시장에서도 인기다. SK는 이 같은 트렌드를 잘 읽어 대박을 터뜨렸다. 작년 SK바이오팜에 이어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까지 3연타 홈런을 날렸다.올 하반기에도 BBIG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SKIET의 바통을 이어받을 조(兆) 단위 대어로는 SD바이오센서가 유력하다. 국내 최대 진단키트 업체로 지난 1월 26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예심을 통과하면 바로 공모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6862억원, 영업이익 738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익은 6216억원으로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의 실적을 넘어섰다. 실적은 탄탄하지만 올해 들어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이 악재다.
SD바이오센서의 승인이 늦어진다면 일진하이솔루스가 먼저 유가증권시장에 등판할 수 있다. 수소차의 연료 탱크를 제조하는 회사로 일진복합소재에서 사명을 바꿨다. 기업가치는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모가는 4만원 중반으로 약 5000억원을 공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그린뉴딜 사업의 수혜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황금어장 개장에 코스피 순위 대격변
올여름에는 ‘KKK’ 삼형제가 공모주 시장을 달군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전자결제 플랫폼 카카오페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300만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25조원에 육박한다. 상장 시 기업가치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창업자 장병규 의장이 보유한 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다만 신작 게임 엘리온의 실패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으로서 국내 최초의 상장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가치는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장외에서는 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몸값이 7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던 카카오페이는 기업가치를 16조원대로 제시해 증권가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주당 발행가는 7만3700~9만6300원으로 1조5000억~2조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12조8500억원이다.
LG화학에서 분사한 2차전지 전문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원으로 자본 시장 역사상 최대 딜이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SKIET가 흥행에 대성공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 이들 기업이 모두 상장하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에 대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대기업 간판을 단 전통 제조업체들이 가세한다. 한화종합화학,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롯데렌탈 등이다.
낚싯대는 오직 한 개…치열한 눈치싸움 예고
대어가 풍년이어도 잘 낚는 사람이 승자다. 지금까지는 계좌 수로 승부하면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었다. 미끼(청약증거금) 크기와 상관없이 낚싯대(계좌)를 많이 드리우면 유리했다. 그러나 다음달 19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공모 기업들은 중복 청약이 금지된다. 균등배정주식을 노린 문어발식 청약이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현재로선 SD바이오센서와 일진하이솔루스 두 곳을 제외한 대어들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체 청약 경쟁률과 청약 건수는 낮아진다.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 명의 계좌를 개설해 머릿수로 승부하는 ‘청약 대란’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1인당 받는 주식 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고객 수가 적은 소형 증권사에 증거금을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여윳돈이 있는 큰손 투자자들이 배정 물량이 많은 증권사로 몰린다면 대형 증권사는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그동안 물량이 많을수록 경쟁률이 낮았지만 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균등배정의 경우 증권사별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균등배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청약 마지막 날 청약 건수가 가장 적은 증권사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감 직전 청약을 취소하고 다른 증권사로 갈아타는 등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