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의전 차량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를 이어받은 덕에 멀리서도 존재감이 느껴졌다. 겉보기와 달리 얌전한 움직임은 도심 주행에 편안함을 더했다. 5500만원대 풀옵션 모델로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캐딜락 XT4 얘기다.
지난 2일 캐딜락 XT4 스포츠로 서울에서 경기 가평까지 왕복 70km 구간을 달려봤다. 이튿날(3일)에는 서울 잠실과 올림픽대로 등 도심에서도 약 한 시간가량 주행했다.
출력 안 높아도 좋다…변속 반응 남달라 '시원'
이틀간 몰아본 XT4는 조용하게 강한 차량이었다. 출력이 눈에 띄게 높진 않아 가속 시 강한 힘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도심 주행 시 편리함으로 다가왔다. 엑셀레이터를 밟는 동시에 훅 치고 나가지 않아 힘 조절이 쉬운 면이 있었다. XT4는 2.0L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최대출력은 238마력. 다만 9단 자동 변속기 장착으로 변속 반응이 빠른 덕에 낮은 출력에서도 답답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니 시원한 느낌이 배가 됐다. 4륜 구동으로 바꿔보니 어느 순간 노면을 움켜쥐는 듯한 느낌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브레이크 반응도 밀림 없이 밟는 대로 잘 따라와 줬다. 스티어링휠 조작이 부드러워 팔에 힘이 덜 들어가는 경향도 있었다.
다만 승차감은 다소 아쉽다. 운전석에 있을 때는 크게 불편한 수준은 아니나 뒷좌석 승객에게는 일정 부분 노면 충격이 전해지는 듯했다. 약간의 엔진 소리가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고 진동도 적었다. 주행 시 올라오는 노면 소음도 없는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높게 설정돼 SUV 치고는 헤드룸이 넉넉하진 않았다. 키가 작은 편인 기자는 시야 확보를 위해 시트를 좀 더 높게 조정했지만 180cm가 넘는 또 다른 기자가 이 운전석에 앉으니 천장에 머리가 닿았다.
2열 공간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여유롭지 않은 편이다. 트렁크도 폭은 넓으나 높이가 낮았다. 전반적으로 적재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나 2열 시트 풀플랫 시 여유롭게 사용할 수는 있었다. 참고로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운영된다. 노면에 표시되는 캐딜락 로고 프로젝션에 바닥에 발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열리는 핸즈 프리 방식도 적용됐다.
사실상 준중형급…독특한 외관 인상적
XT4는 미국에선 콤팩트 SUV로 소개됐던 차다. 그러나 워낙 큰 차가 즐비한 미국에서나 소형일 뿐, 국내에선 사실상 준중형급에 속한다.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595mm·1885mm·1610mm로 경쟁 모델로 꼽히는 제네시스 준중형 SUV GV70(4715mm·1910mm·1630mm)보다는 살짝 작지만 BMW X1(4445㎜·1820㎜·1600㎜)보다는 크다.다만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 때문인지 실제 제원보다 더 커 보인다. 높이 솟은 후드도 영향을 줬다. 국내에는 스포츠 트림만 출시됐으며, 모든 안전·편의사양이 장착된 풀옵션 차량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외장 및 내장 색상 정도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기존 캐딜락 차량보다 한층 젊어진 느낌. 캐딜락의 상징인 방패 라디에이터 그릴과 불룩한 후드로 고유의 디자인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캐딜락 SUV 중 유일하게 수직 L자형 리어 램프 적용으로 XT4만의 개성도 챙겼다.
실내는 아날로그와 최첨단이 혼재됐다. 전체적 구성과 분위기에서 예스러움도 느껴진다. 이를테면 계기판은 아날로그형인데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리어 카메라 거울 등의 최첨단 요소가 한데 모여 있는 식이다.
리어 카메라 거울은 주행시 후측방 시야를 300% 이상 넓혀준다. 축소·확대와 수직 앵글 조정, 밝기 조절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설명이다. 내장 가죽 시트와 카본 소재 활용으로 고급감을 살렸지만 아쉬운 요소도 존재한다. 8인치 디스플레이는 다소 시대에 뒤처진다는 느낌을 줬다.
웬만한 첨단·편의 기능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탑재돼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 이탈 경고 및 방지 등이 대표적이다. 직접 사용해 보진 못했지만 자동 주차 기능도 있다. 대부분 기능이 무난하게 작동된다. 다만 차로 중앙 유지가 아닌 이탈 시 경고 기능인 점, 오토홀드 기능이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가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오토홀드 기능이 있었다면'을 수없이 외쳐야 했다.
1열 운전석과 동승석에 모두 적용된 마사지 기능은 재밌는 기능 중 하나였다. 엄청난 지압 효과까진 아니지만 고양이가 '꾹꾹이' 해주는 정도의 미세한 반응을 느낄 수 있다. 후측방 장애물을 감지 후 시트 진동을 통해 알리는 진동시트도 운전자에게 위험 상황을 좀 더 직관적으로 인지시키는 효과가 있어보였다.
XT4의 가격은 5531만원이다. 풀옵션 차량이기에 추가되는 금액은 없다. 결코 낮지 않은 가격대 차량이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5500만원을 꽉 채워 알차게 구성했다는 판단이다.
디자인과 준수한 주행성능을 고려하면 30대 중후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다만 미국차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연비는 여전히 뒤쳐진다. 복합연비 기준 10km/L 수준이다. 평소엔 이륜구동(2WD)으로 연비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합리적 운전방식이 필요해보인다.
글=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