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차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받은 가구들의 94%가량이 이를 소비 지출에 사용했다. 일본이 재난지원금을 상당부분 저축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노동경제학회에 실은 '긴급재난지원금 현금수급가구의 소비 효과' 논문에 따르면 지원금 사용 용도를 분석한 결과 현금수급가구의 93.7%가 주로 소비지출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 3.8%, 빚 상환은 1.8%로 각각 집계됐다.
지원금으로 사용한 금액이 총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식료품, 가정생활용품 구매 등 필수재에 대한 소비가 70.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건의료비에도 15.7%가 쓰였고 외식에도 6.9%가 사용됐다. 의류, 서적 등에는 4%, 가전제품·가구 등 내구재에는 1.7%, 서비스 이용에는 1.5%가 쓰였다.
현금수급가구에 대한 한계소비성향을 분석해보니 평균적으로 사용된 긴급재난지원금의 21.7%가 계획되지 않은 추가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5월에 대부분 사용했다는 응답이 47.1%로 가장 많았다. 6월은 33.7%, 7월은 12.0%, 8월은 4.2%로 5월 초 지원금이 현금으로 지급된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욱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가구에서 한계소비성향이 높게 관찰돼 긴급재난지원금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가구의 소비지출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도움을 줬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국민에게 지급한 현금 가운데 70%가 저축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민들은 소비 대신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해 돈을 쌓은 것이다.
지난달 교도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본과 호주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이 가계부 앱인 '머니 포워드 ME' 이용자 23만명의 지난해 3~11월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일본 정부가 지난해 지급한 10만엔(약 100만원) 가운데 소비 목적으로 쓰인 금액은 인당 평균 6000엔에 그쳤다. 현금자동인출기 인출분을 더한 소비 추정액은 약 1만6000엔, 타인 계좌 송금액 등까지 합친 소비 총액은 약 2만7000엔으로 추산됐다.
10만엔의 재난지원금 가운데 7만엔 이상이 저축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전 국민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을 때 소비촉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이번 연구로 해당 사실이 입증됐다는 게 교도통신의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