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1분기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두며 시장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가 올 들어 회복하면서 효성의 주력 사업인 섬유, 화학, 타이어 코드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영향이다. 조현준 회장(사진)이 추진한 ‘글로벌 효성’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467억원으로 전년 동기(784억원)의 세 배에 이르렀다.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약 2670억원)에 맞먹는 금액이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 시장에선 이미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고 눈높이를 크게 높여 놨는데, 이 예상치(1855억원)조차 크게 웃돌았다.
효성화학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작년 1분기 12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엔 61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출도 59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했다. 액화석유가스(LPG)를 원료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폴리프로필렌(PP) 등 제품 가격이 1분기 급등한 덕분에 마진율이 높아졌다.
효성첨단소재는 1분기에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10%를 넘겼다. 매출 7694억원, 영업이익 833억원을 거뒀다. 작년 이익률(4.1%)의 두 배 이상이다. 시장 예상치(약 650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자동차 타이어 소재인 타이어 코드 등의 판매가 늘고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었다. 효성중공업은 흑자전환을 이뤘다. 작년 1분기 55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 회사는 올 1분기 1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효성 계열사 실적이 일제히 급반등한 것은 해외 생산 기지들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의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는 작년 상반기 수요가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류 소비가 크게 감소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효성티앤씨는 해외 공장 투자를 가속화했다. 하반기 인도 스판덱스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터키 브라질 중국 등에선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증설을 추진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는 기회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조 회장의 결정은 대규모 수익으로 돌아왔다. 스판덱스 물량을 꾸준히 공급한 덕분에 거래처들은 수요가 살아나자마자 효성티앤씨에 주문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스판덱스 수요 급증과 가격 폭등 현상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투자도 최근 결실을 보고 있다. 효성화학은 2018년부터 베트남에 화학 공장을 지었다. 투자 규모가 당시 회사 연간 매출에 버금가는 약 1조5000억원에 달했다. 베트남 공장이 올 들어 조금씩 돌아가자 실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베트남 공장이 완전히 돌아가는 내년에는 실적 개선세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효성 관계자는 “실적 개선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