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기증하는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특별관'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자기 지역구에 '특별관 모셔가기' 움직임이 포착됐다.
민주당 김승남 "광주에 '이건희 특별관' 만들자"
여당 일각에선 부대변인이 "토할 것 같다"며 "'삼성어천가'를 그만하라"는 원색적 비판을 쏟아낸 가운데 정작 당 내부에서는 '이건희 특별관'을 '자기 정치'에 활용하려 하기 위한 눈치 싸움에 돌입한 것.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건희 특별관'을 '문화수도-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이건희 특별관'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지 단 하루만이다.
김 의원은 "(이 전 회장 유족)이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최대한 의미 있는 곳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로 발전의 중심이 된 영남지역과는 다르게 호남지역은 소외됐고,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시키기 위해 생겨난 것이 '문화수도-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이라며 "광주는 광주학생운동과 5·18 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 이 전 회장이 생전 강조했던 공존(共存)의 정신(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을 펼치기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토할 것 같다"던 부대변인과 달리 호의적 반응?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삼성에 대해 원색적 비난만 나왔던 여당 내부에서 다소 다른 입장이 나온 상황.박진영 민주당 부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라며 "법적으로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를 내겠다는 게 그렇게 훌륭한 일인가"라고 적은 바 있다.
'이건희 특별관'을 활용하려는 '자기 정치' 움직임에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의원이 여론을 살필 겨를도 없이 자신의 지역구만 생각하는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깃발을 꽂겠다는 것인가"라며 "지금 당장 '이건희 특별관'을 자기 지역구 인근에 가져가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