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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걸 받아들이는 자세, 이제는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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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터진 후 죽음과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깊게 고민했어요. 녹음할 때보다 더 깊이 있는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할 겁니다."

지난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소프라노 황수미(사진)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네 개의 노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황수미는 2019년 12월 이 작품을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한 데뷔 음반 '송스'에 담았다. 오는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할 레퍼토리이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과감한 선곡이었죠. 우여곡절을 겪지 않은 젊은 성악가가 부르기 어려운 레퍼토리라서요. 하지만 죽음에 대해 깊이 고찰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어요. 한동안 어머니가 큰 병을 앓으셨거든요."

슈트라우스는 독일 시인 요제프 아이헨도로프와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읽고 이 곡을 썼다. 그가 생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며 남긴 가곡들이다. 네 개의 곡으로 이뤄졌으며 첫 곡인 '봄'으로 시작해 '9월', '잠들 무렵'으로 이어지다 마지막 곡인 '저녁노을'로 끝맺는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자세를 풀어낸 레퍼토리입니다. 저도 '죽음이 암울하기만 한 것일까. 언젠가 모두가 죽는다'라는 주제의식을 계속 곱씹어 봤어요. 찬란한 시작과 고요한 마무리까지 곡마다 달라지는 색채를 명확하게 부르려 집중했어요."

당초 황수미는 이 곡을 지난해 부르려 했다. 지난해 2월 KBS교향악단의 정기음악회에서 지휘자 디르크 카프탄과 함께 호흡을 맞추려 했던 것이다. 코로나19 확산되자 공연 전날 취소됐다.

"참 오래 기다렸던 음악회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선 공연을 딱 한 번밖에 못하고 독일로 돌아갔어요. 음반과 달리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였는데 취소돼서 아쉬웠죠."

황수미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악가로 꼽혀왔다. 그는 2012년에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성악부문에서 준우승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3년 아넬리제 로텐베르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14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2018년까지 독일 본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로 일했다. 프리랜서 성악가로 독립한 후 지난해부터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세계 투어를 돌 예정이었다.

"공연이 취소돼 힘든 시기지만 음악성이 깊어진 날들이었습니다. 독일에서 머물 때 교회에서 홀로 바흐나 헨델의 칸타타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언젠가 다시 무대에 서겠지'라는 생각이었죠."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을 마친 황수미는 다시 독일로 돌아간다. 공연장 문을 다시 열고 있는 독일에서 독창회를 열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 투어를 하지 못해 아쉽다"며 "언젠가 다시 돌아와 더 원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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