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고소공포증에 시달렸던 만큼 좋은 실적이 공포를 상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주가 향방은 실적 세부내용과 현재 주가 수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좋은 실적에 즉각 주가가 오른 기업에 대해서도 향후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나온다.
○ 주요 빅테크 모두 '깜짝실적'…주가는 엇갈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다운 실적을 내놨다. 28일(현지시간) 애플은 지난 1분기 매출이 895억 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53.7% 증가한 것으로 원화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영업이익은 75억300만달러(약 8조340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114% 증가했다. 월가 추정치를 훨씬 웃도는 규모였다. 아이폰, 맥, 아이패드 판매가 골고루 급증했다. 또 페이스북도 이날 1분기 매출이 261억 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1분기 매출이 103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4%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닝서프라이즈 바통을 이어 받았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4% 늘어난 553억 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매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417억 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 중 월가 평균 예상치를 뛰어넘지 못한 종목은 없었다. 하지만 주가 흐름은 달랐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좋은 실적에 투자가 몰리며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3%, 6% 급등했다. 구글은 검색광고·클라우드·유튜브 등 전 부문이 뛰어난 성장성을 보이며 실적 발표 이튿날 3.16%(알파벳 C 기준) 올랐다.
반면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주가가 밀렸다. 테슬라는 실적 세부내용이 문제였다. 대부분의 매출이 자동차 판매가 아닌 탄소배출권과 비트코인 매각에서 나왔다고 밝혀지면서 실적 발표 이튿날 4.53%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크게 오른 주가가 발목을 잡았다. 실적 발표 전날 시장의 기대감이 부풀며 장중 최고가를 경신한 탓에 오히려 차익매물이 나오며 2.83% 하락했다.
○ 성장성 유지할 수 있을까
연초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빅테크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던 터라 연이은 어닝서프라이즈는 호재다.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도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각 빅테크들이 맞딱뜨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장 페이스북의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2분기부턴 애플의 iOS 업데이트로 맞춤형 광고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애플에 대해서도 앞으론 반도체 부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이 2조달러가 넘을 경우(현재 1조 9170억달러)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구글 역시 iOS 업데이트로 인한 광고 수익 저하와 백신 보급에 따른 트래픽 둔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불안 요소다.
테슬라를 향한 시장의 시선은 점점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한 차량 생산차질 우려가 있고, 암호화폐 투자 때문에 시장의 노이즈도 커지고 있는 탓이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테슬라에 대해 "주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가 전기차에서 가상화폐로 변했다"며 투자의견 '비중축소'와 목표주가 230달러를 유지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