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두고 “불장난 소동”이라고 맹비난했다.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한 지 하루만이다. 북한의 연일 한국군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군사 도발의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8일 논평에서 “남조선군부호전광들이 지난 16일부터 외세와 함께 연합공중훈련인 연합편대군종합훈련이라는 것을 벌려놓고 우리(북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 훈련”이라는 훈련 이유를 들며 “저들의 전쟁도발 책동을 정당화해 보려는 뻔뻔스러운 넋두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난은 한·미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겨냥했다. 연합편대군 훈련은 한·미 공군이 매년 전반기에 진행하는 훈련이다. 한·미 양국은 2019년 기존의 ‘맥스 선더’ 훈련을 축소·조정한 뒤 훈련 명칭을 이같이 변경했다. 올해 훈련은 지난 16일 시작돼 오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는 F-35A 전투기 2대를 포함해 F-15K, KF-16 등 한국군 전투기 50여대와 미군 전투기 20여대 등이 참가했다. 당초 훈련이 비공개로 진행된 점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는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북침 훈련’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비방 논평은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한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지 하루만에 발표됐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런 훈련을 통해 북침을 위한 공중실전 태세를숙달 완성하고 그에 기초하여 기회를 보아 북침의 도화선에 불을 달자는 것이 바로 호전광들의 위험천만한 흉계”라며 “현실은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를 유린하고 정세를 더욱 위기로 몰아오는 주범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련의 북한의 대남(對南) 비방 담화가 한국 정부가 아닌 군을 겨냥한 이유가 ‘도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군의 아파치급 헬기 도입 계획에 대해 “반공화국 전쟁 광기”라고 주장했고,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 시제 1호기 출고에 대해서는 “우주공간까지 전쟁 마당으로 악용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2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국방개혁2.0 점검 회의를 두고서는 “북침 전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모의판”이라며 국방개혁2.0을 “북침준비 2.0”이라 주장했다.
북한의 비난이 뒤늦게 발표됐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북한은 서 장관 주재 국방개혁2.0 점검 회의와 연합편대군 훈련이 시작된 지 각각 12일 만에 대남 비방에 나섰다. 북한은 앞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작 일주일 만인 지난달 1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같은 달 21일과 25일 각각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송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