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에 500억원대 경제적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직 무소속 의원(전북 전주을)이 구속됐다.
전주지법 김승곤 영장전담판사는 28일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주지검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18일 만이다. 영장실질심사는 27일 오후 6시께 끝났으나, 결과는 28일 새벽 1시30분에 발표됐다.
김 판사는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행태를 참작할 때 증거 변조나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다"며 "피의자는 관련자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주식의 시가나 채권가치에 대한 평가 등 일부 쟁점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요구되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21대 국회에서 구속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에 이어 이 의원이 두 번째다.
이 의원은 2015년 11월부터 두 달에 걸쳐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520만주)을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싼 가격에 팔아 이스타항공에 43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한 2016∼2018년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도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 자금 53억여원을 빼돌려 친형의 법원 공탁금과 딸이 몰던 포르쉐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의원 딸은 포르쉐 기종을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종은 2018년식 포르쉐 마칸 GTS로, 360마력에 최대토크 51㎏.m의 고성능 SUV다. 전주지검은 이 의원과 그 일가의 횡령·배임 금액이 5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06명, 반대 38명, 기권 11명으로 가결했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지금까지 15번째다.
검찰은 곧 이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조만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재판에 넘겨지면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스타항공 재무 담당 간부 A씨와 함께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다. A씨는 이 의원의 조카다. A씨는 법정에서 "이스타항공의 실무자로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굉장히 억울하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의원과 회사 간부가 법정에서 엇갈린 진술을 할 경우 사건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