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대표 석학인 황일순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사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세계 최고 원전 기술을 수십 년에 걸쳐 확보해 놓고 자살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황 교수는 1990년대 서울대 재직시절부터 차세대 원자로인 ‘납냉각로’를 개발해왔다. 미국 UC버클리가 황 교수 연구를 도왔다. 납냉각로는 고속 중성자로 우라늄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납 액체금속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480~570도 온도에서 작동한다.
황 교수는 “납냉각로 등 차세대 원전 ‘젠(GEN)-4’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형 경수로가 쓰고 버리는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을 재활용하는 그린 기술”이라며 “이번 정부 들어 원전이 금기가 되면서 젠-4 개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중세시대가 몰락한 이유는 과학을 배제한 종교 정치 때문이었다”며 탈원전 철회를 촉구했다.
황 교수는 50년 전 ‘원자력 비사(秘史)’도 소개했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영국계 차관을 도입했는데, 이 차관 대가로 가스냉각로(GCR) 도입 요구가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력 등 당시 원전 전문가들은 경수로(PWR)가 더 유망하다고 보고 이를 채택했다. 이 때문에 차관 지원이 중단될 뻔했으나 영국에서 가스냉각로 관련 사고가 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황 교수는 “당시 경수로를 도입한 것은 기술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했다.
납냉각로 등 젠-4 기술에서 현재 가장 앞선 나라는 러시아다. 시베리아 북쪽 톰스크에 880㎿급 소듐냉각고속로 ‘BN-800’을 가동 중이다. 프랑스와 일본, 인도 등도 상용화까진 가지 못했다.
황 교수는 “경수로는 고압(대기압의 300배) 배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파손의 위험이 있지만 납냉각로는 대기압에서 작동하고, 노심용융(멜트다운) 등 사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가 개발 중인 납냉각로는 한 기당 20~30㎿ 용량에 직경 2m, 높이 8m 규모로 설치가 용이하다.
울산=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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