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 발본색원을 위해 지난달 10일 출범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지난 50일간 수사인력 1560명이 투입돼 20차례 압수수색을 펼치고 1850여 명을 내사·수사했지만, 구속은 9명에 그쳤다. 기획부동산, 분양권 불법 전매 등으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수사의 본래 목적이었던 ‘공직자의 투기 의혹 규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특수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내사·수사 대상은 총 454건·1848명이다. 혐의별로 살펴보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 관련 사건이 225건·943명, 기획부동산·분양권 불법 전매 등 관련 사건이 229건·905명이다.
특수본은 이들 가운데 121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9명을 구속했다. 특수본이 구속한 대상 중 한 명인 포천시 공무원 박모씨는 이날 재판에 넘겨졌다. 특수본 출범 50여 일 만에 이뤄진 첫 기소 사례다.
정부는 LH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의식해 특수본을 ‘매머드급’으로 꾸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15개 시도경찰청 인력과 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파견 인력이 동원됐다. 출범 당시 770명이던 수사 인력은 현재 15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번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국수본이 주도한 첫 대형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수사 초기부터 ‘늑장 수사’란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2일 참여연대에서 처음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지나서야 첫 압수수색을 한 데다 핵심 피의자 조사는 17일이 지난 후에야 이뤄져서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핵심 장소를 재빨리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강제수사 착수가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특수본 수사는 검찰 주도의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비교되기도 한다. 1990년 1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한 합동수사본부는 9개월 동안 987명을 구속했다. 2005년 7월 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해 꾸려진 합수본도 6개월간 455명을 구속 기소했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 성과도 뚜렷하지는 않다. 특수본은 LH 임직원 53명, 지방자치단체장 11명, 국회의원 5명,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A씨 등 고위공직자 4명 등을 내사·수사 중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 4명 중 지금까지 소환조사한 인사는 지난 23일 A씨뿐이다. 국회의원 5명 중에서도 강기윤 의원만 22일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국세청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법조계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주요 피의자는 부패방지권익위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처벌의 전제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재산상 이득을 얻었을 때다. 이들이 부동산 개발과 관련 없는 업무를 하거나 내부 정보가 아닌 뉴스 등을 보고 신도시 지정을 추측해 땅을 샀다고 주장하면, 형사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진다.
양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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