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을지로 조명상가엔 한동안 안보였던 실링팬(천장에 부착하는 선풍기)이 즐비하다. 한샘몰, SSG닷컴 등 인테리어 관련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별도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할 만큼 실링팬 판매에 적극적이다.
90년대 주택가를 휩쓸었던 실링팬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레트로(복고) 인테리어가 유행하는데다 재택 영향으로 집안 공기를 신경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5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실링팬'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온 게시물은 1만2000건이 넘는다. 대부분 거실에 설치된 실링팬 인테리어 사진이다. 인테리어 전문 앱 '오늘의 집'에도 실링팬 사진이 2831개 올라와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이 앱에서 판매 중인 실링팬 가짓수는 113개에 달한다.
2010년대 후반부터 실링팬을 찾는 소비자들이 생겨나더니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졌다는 게 전자업계의 설명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90년대식 인테리어를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새롭고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순환시키려는 수요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90년대 제품보다 기능이 개선된 것도 장점이다. 과거에는 실링팬이 돌아갈 때 '털털털' 소리가 났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다르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팬이 돌아가는지를 알기 힘들 정도로 소음이 줄었다. 냉난방 효율을 높여 에너지 사용량을 낮춰주는 것도 장점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품들도 있다.
원조는 루씨에어, 스피아노 같은 수입 브랜드다. 국내 업체 중엔 LG전자가 지난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외 업체에 비해 사후 서비스(AS) 품질이 우수하고, 기술력도 높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말 출시한 'LG 휘센 실링팬'은 독일 인증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전력소비 저감 인증을 받았다. TUV 라인란드 측은 난방기 혹은 냉방기와 실링팬을 함께 사용하면 각각 25%와 19% 빠르게 설정온도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