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화하면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선 주별 세금 등을 감안할 때 자본이득세율이 50%를 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자본이득세율 인상 전 주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본이득세율 20%→39.6%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을 두 배가량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자본이득세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매각 수익에 붙는 세금이다. 손실을 합산해 부과하며, 자산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개인소득세율(현재 최고 37%)을 적용받지만 보유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최고 20%만 내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이 수익이 100만달러 이상이면 최고세율을 39.6%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내야 하는 자본이득세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우선 고수익에는 ‘오바마 케어’(정부 지원 건강보험) 기금용으로 3.8%의 부가세가 붙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걷는 자본이득세율은 최고 43.4%에 이른다. 여기에 주 정부가 별도로 자본이득에 과세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뉴욕주에선 52.2%, 캘리포니아주에선 56.7%의 자본이득세를 물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연봉 40만달러 초과분에 대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7.0%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식 처분 늘어날 수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 가족계획’이란 이름의 추가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8일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 맞춰 1조달러 규모의 보육·교육 등 ‘인적 인프라’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필요한 돈을 자본이득세 증세 등으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재원 조달 방안으로 법인세율 인상(21%→28%)을 제안했다.경제적 불평등 해소도 바이든 대통령이 자본이득세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에선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 자본이득세율을 39.6%로 올리면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이 노동소득에 대한 세금(개인소득세)보다 낮은 세제 관행도 뒤집힌다.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 방안은 대선 공약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이득세율이 인상되면 세후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날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자본이득세율 인상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각각 1%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자문사 알리안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자본이득세율 인상안에 대해 “올해 (주식) 매도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퀸시 크로스비 프루덴셜금융 최고시장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더 임박해 시장에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변수는 공화당이다. 척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자본이득세율 인상 방안에 대해 “투자를 줄여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은 법인세율 인상에도 부정적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