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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기의 샷' 나오지만 집중력 떨어뜨려 잦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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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풀리고 골프하기 딱 좋은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엔 오들오들 떨며 볼 치기 바쁘셨을 텐데요. 봄 날씨엔 기온도 적당하고 몇 홀 돌다 보면 막걸리, 맥주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가죠.

그래서인지 9번홀이 끝나면 술잔을 기울이는 골퍼가 많습니다. 적당히 오른 취기 때문인지 10번홀 티샷 때 유독 골퍼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도 들리고요. “적당한 음주는 골프에 도움이 된다” “막걸리 한잔 마셔서 몸이 풀렸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는 분도 종종 보입니다. 가끔 술 한잔 후 정말 공이 잘 맞는 경우도 있는데요. ‘적당한 음주가 골프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을 굳게 믿는 분도 꽤 봤습니다.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소량의 알코올 섭취는 ‘도움이 된다’입니다. 물론 ‘아주 잠깐’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알코올 섭취는 신체의 적절한 이완, 긴장의 감소로 이어지죠. 특히 전두엽의 활동을 감소시킵니다. 전두엽은 우리 뇌의 전체적인 계획과 통제를 담당하는데요. 전두엽 사용이 둔화되면 이른바 ‘잡생각’이 줄어듭니다. ‘손목의 릴리즈는 잘 되고 있나’ ‘백스윙 궤도는 이게 맞나’라는 고민이 없어지게 되는 거죠. 맥주 한잔 뒤 ‘마법의 스윙’이 나오는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알코올의 마법 효과가 18홀 끝까지 이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노(no)’입니다. 알코올이 공격하는 전두엽의 기능 중에는 골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중력’도 포함되기 때문이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후반으로 갈수록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고요. 특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그린 위에서 잦은 실수로 이어집니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순간적으로 각성 효과가 나타나지만, 누적된 피로감은 사라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죠.

뻔한 이야기지만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연습입니다. 나의 스윙이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죠. 우리의 뇌나 신체가 보유한 장기 기억 체계는 크게 ‘명시적 기억(explicit memory)’과 암묵적 기억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명시적 기억이 뇌 속에 저장된 데이터를 더듬어 내용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암묵적 기억은 반복된 연습으로 나오는 습관과 비슷합니다.

예컨대 운전하거나 수영을 할 때 사용되는 신체의 행동은 암묵적 기억에서 비롯됩니다. 골프 스윙이 암묵적 기억으로 자리 잡아야 일관된 스윙을 하는 꾸준한 ‘싱글 골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잔의 술은 긴장과 불안의 압박감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음주를 한다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윤동욱 < YD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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