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원내 지도부는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당 대표까지 하겠다고 하니 누가 공감하겠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인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 대해 유독 날을 세웠다. “성과가 없는 현 원내 지도부가 다시 당을 이끌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초선인 김 의원은 최근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1.3%로 내로라하는 중진들을 제치고 깜짝 2위에 올랐다. 1위가 주 권한대행(16.6%).
김 의원은 이날 당내 전·현직 의원 세미나 모임인 ‘마포포럼’에서 ‘당 대표로서 어떻게 하면 정권을 재창출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사실상의 당 대표 출마 선언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기성 정치인은 우리 당을 절대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 권한대행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자 “내부 일을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당내 의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공수처법)을 예로 들었다. 김 의원은 “당시 초·재선 의원들은 여당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었고 뒤에선 (원내 지도부간) 협상이 잘 진행되는 줄 알았다”며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더불어민주당이 허를 찌르고 쑥 밀고 들어오자 무기력하게 넘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현실적으로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엔 “예결산 심의를 야당의 무기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며 “국회 예결산 심의에 협조를 해주면 민주당이 신사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한 당시 지도부 판단은 명백한 오판이다, 전략 부재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 개악 입법으로 공수처법과 함께 ‘임대차 3법’을 꼽았다. 김 대표는 “서울시의 중위 아파트 전세값이 4억6000만원에서 법 통과 이후 약 5개월만에 1억 가까이 올랐다”며 “직접적인 가해자는 민주당이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막지 못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통상 4, 5선 의원들의 몫인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기성 정치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 ‘초선 당 대표가 내년 3월 대선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냐’는 지적엔 “정치 경륜과 경험이 필요하다면 왜 재·보선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김종인을 쫓아냈냐”며 “그리고는 초선은 경험이 부족해서 안된다고 한다, 말이 되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당선되면 당에서 바꾸고 싶은 딱 한가지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공천 제도”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우리당은 꼰대 정당,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청년, 소상공인, 계약직, 임시직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공천 제도를 혁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른바 ‘호떡 공천’도 제도적으로 틀어막겠다”며 “한번 정해진 공천은 대표든 최고위원이든 그 누구도 바꾸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아우라는 야권통합에 대해선 “자강(自强)이 먼저다”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주도로 야권 통합을 하려면 대의 명분을 가져야 하고 당의 상품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며 “‘도로 한국당’ 비판을 받는 당에 어떤 당근을 준다고 윤 전 총장이 오겠냐”고 반문했다. 야권통합 이전에 국민의힘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윤 총장이 고향 친구라서, 아버지 친구라서 국민의힘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주장은 순진한 생각”이라고도 비꼬았다. 윤 총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당내 중진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당 대표 선출 이전 국민의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현 지도부 주장에 대해서도 “회사 합병을 곧 물러날 경영진이 결정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계파라는 당내 일각의 지적엔 “전형적인 정치 공학”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 중 경제와 관련해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라며 “그런다고 해서 유 전 의원이 시키는 일을 제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