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현금 배당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개선된데다, 개인투자자의 입김이 세지면서 기업의 주주 친화 방침이 강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총액은 33조163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전년(20억6903억원) 대비 60.3%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869개) 중 지난해 배당에 나선 기업은 총 529개다.
지난해 총 배당금이 크게 늘어나 것은 '삼성전자 효과' 덕분이다. 매년 2조~3조원씩 배당을 해오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주환원정책을 강조하며 배당액을 13조1243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배당 총액 및 한 회사당 배당금 규모는 사상 최대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배당총액은 총 20조395억원으로 전년(18조2849억원) 대비 9.5% 늘었다. 연속 배당법인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배당법인(529개) 중 2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한 법인은 93.6%(495개), 5년 연속 배당을 실시한 법인은 78.4%(415개)에 달했다.
지난해 배당 규모가 증가한 것은 개인투자자의 입김이 세지면서 상장사들의 주주 환원 방침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저배당 문제는 그동안 국내 증시의 고질적 병폐로 꼽혀왔던 문제점이다. 북핵 리스크, 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상장사는 대주주 중심의 경영 판단을 내려왔고, 단기 투자자 중심이었던 개인 주주 역시 주주 가치 환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주류가 된 동학개미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상장사의 주주 환원 방침도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18.1%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가배당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보통주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2.28%로, 1년만기 국고채 수익률(0.84%)을 훌쩍 넘어섰다. 시가배당률이 5년 연속 국고채 수익률을 초과한 법인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3.57%로 같은 기간 국고채 평균 수익률을 2.73%포인트 상회했다. 최근 5년간 시가배당률이 높았던 업종은 통신업(3.41%)과 전기가스업(3.17%), 금융업(2.92%) 등이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예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배당 수익률이 2~3%대라면 투자 자금 상당수는 자본시장으로 다시 들어올 것"이라며 "자본 시장에 들어온 돈은 혁신의 마중물이 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