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대기업 부채 규모가 1500조원 수준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연내 만기 도래를 앞둔 유동부채가 내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비유동부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부채의 질은 도리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21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 중 지난해 결산보고서를 제출한 366개 기업의 부채 및 유동부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작년 대기업의 부채총액은 1524조58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78조558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은 전년과 비교해 3.3%(46조1692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05.8%로 103.7%를 기록했던 2019년보다 높아졌다.
특히 올해 당장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큰 폭으로 커지면서 부채의 질은 더 악화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들의 유동부채는 779조7679억원으로 전체 부채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로는 6.6%(48조4368억원) 늘어 상환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유동부채의 증가폭(4.2%·30조1219억원)을 넘겼다.
유동부채비율도 2019년 52.4%에서 지난해 54.1%로 1.7%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기업들의 단기 부채 상황 부담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조선·기계·설비의 유동부채비율이 135.1%로 가장 높았다. 운송과 상사업종도 100%를 넘겼다.
기업별 유동부채 규모는 삼성전자가 75조644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 59조4595억원, 한국전력공사 25조8812억원, 기아 21조976억원, LG전자 20조2075억원, 포스코 16조8천550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쿠팡, 쌍용자동차, 쥴릭파마코리아 등 세 곳은 자본잠식 상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