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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 위태로운 달러 헤게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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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 위태로운 달러 헤게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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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은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하지만 이런 달러 헤게모니도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중국 환율 체제의 변화가 국제 통화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언젠가는 위안화 환율의 통화바스켓 연동제에서 벗어날 것이다.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환율이 더 자유롭게 변동할 수 있는 현대적인 인플레이션 목표 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중국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달러의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재무장관 시절 달러화를 발행하는 미국에 대해 ‘엄청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을 누린다고 표현하곤 했다. 그만큼 미국의 달러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적 자금 조달은 물론 사적 차입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위안화 체제의 변화가 가져올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 중앙은행(Fed)의 영향을 덜 받는다. 경제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구매력(PPP) 기준 GDP에서 2014년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성장 속도는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빠르다. 위안화의 환율 유연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달러의 지위를 발판삼아 글로벌 거래 정보에 과도하게 접근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달러 거래는 어디서나 이뤄질 수 있지만 미국 은행과 어음 교환소들은 상당한 이점을 누리고 있다. 통화 발행 능력이 사실상 무제한인 Fed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무역 견제 정책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포괄적으로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미국이 추진하는 무역의 탈세계화가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이에 대응해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천천히, 여러 방면에서 기초를 다지고 있다. 중국은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의 위안화 채권 매입을 점차 허용해왔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했다.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발에서도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보다 훨씬 더 앞서고 있다. 중국의 CBDC는 비록 현재 순수 국내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목표로 할 것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과연 중국을 따를 것인가. 미국은 달러를 앞세워 가능한 한 많은 국가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세기 말 미국이 영국을 세계 최대 교역국에서 밀어냈듯, 중국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사실 일본과 인도는 중국을 따르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위안화를 좀 더 융통성 있게 만든다면, 적지 않은 국가들이 최소한 외화 보유액에서 달러에 버금가는 가중치를 위안화에 두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이나 정책 입안자들 모두 이런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중국 위안화가 하루아침에 세계 통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나의 지배적인 통화에서 다른 통화로의 전환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미국 정책입안자들과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달러를 무제한 찍어내도 괜찮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의 환율 현대화 작업이 달러 패권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Project Syndicate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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