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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명물 '광화문글판'의 사회학 "글귀가 주는 강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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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은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심리적 상처를 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 상담 효과가 있다."

20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이영림 동국대 불교아동보육학과 교수는 학술지 '종교교육학연구'에 실은 '외상 후 성장 관점에서 본 광화문글판과 보왕삼매론의 상담적 함의'란 논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보왕삼매론은 중국 명나라 때 고승인 묘협 스님이 제시한 이론으로, 역경을 통한 불교 수행의 마음가짐을 다루고 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교보생명이 지난해 6월 광화문글판 3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내 마음 속 광화문글판은?' 공모전에서 1만5566명의 시민들이 뽑은 20개 문안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깊이 공감하고 위로받은 글귀에서 현대인들이 삶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하려는 의지가 투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구는 어려움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긍정적인 심리의 변화를 반영하며,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에서는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지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는 시구에 감동한 사람들에게는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심리가 투사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광화문글판은 도심 속에서 시적 언어를 통한 공감적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며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글판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내걸리는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의 아이디어로 1991년 시작됐다. 휘황찬란한 전광판들 속에서도 글귀가 주는 강한 울림으로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적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노랫말로 꾸며진 코로나 극복 이벤트는 전 세계 70여 국가에서 화제가 되면서 가슴 뭉클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광화문글판의 문화적·학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학계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0년에도 이명천 중앙대 교수팀이 '옥외광고학연구' 가을호에서 광화문글판을 주제로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광화문글판은 공익적 주제의 옥외광고로서 문학 콘텐츠를 메시지로 활용하는 게 특징"이라며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코로나는 다 같이 역경을 딛고 한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서울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광화문글판이 앞으로도 국민들께 기쁨과 위로를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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