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모터쇼 테슬라 전시장에서 전시차 지붕에 올라가 기습 시위를 벌인 차주가 5일의 행정구류 처분을 받았다. 이 차주는 테슬라 모델3 차량의 브레이크 결함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하이시 공안국은 20일 전날 상하이 모터쇼 현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테슬라 차주 장모 씨에게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행정구류 5일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행정구류는 중국의 경찰인 공안이 비교적 가벼운 법 위반 사항을 처벌하기 위해 법원이나 검찰의 통제 없이 피의자를 단기간 구금하는 제도다.
장씨는 상하이 모터쇼 개막일인 전날 오전 테슬라 전시장 차량 위에 올라가 '브레이크 고장'이라고 외치면서 기습 시위를 벌이다가 현장 보안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2월 아버지가 몰던 테슬라 모델3 차량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차 두 대와 충돌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야 멈추는 사고를 당해 탑승한 온 가족이 사망할 뻔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자체 조사 결과 당시 이 차량이 시속 118㎞로 주행 중이었고 제동 장치와 자동 긴급 제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장씨 측이 독립된 제3기관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차량 환불과 거액의 위자료 등 금전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어온 테슬라는 이번 사건으로 대대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중국 내 여론은 행정구류 처벌을 받은 차주에게 동정적이고 테슬라에는 싸늘한 편이다.
텐센트의 긴급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21만여명의 응답자 중 83.5%가 시위 차주를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16.5%만이 테슬라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특히 타오린 테슬라 중국 법인 부대표가 전날 한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주 전문적이며, 배후에 반드시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감정을 한층 자극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인터넷판 기사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전하면서 과거 중국 안팎에서 있던 테슬라와 고객들 간의 마찰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테슬라는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2019년 상하이에 미국 외 지역 첫 공장을 짓는 등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기업이지만 중국에서도 크게 환영을 받으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해 왔다.
테슬라는 지난 3월 중국에서 3만5503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 대비 3.5배 급증했다. 준중형 세단 모델3가 2만5000여대, 올해 새로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가 1만여대 팔렸다. 단일차종 1위는 훙광미니(약 4만대)에 내줬지만 2위와 3위를 석권했다. 중국의 3월 전기차 판매량은 15만5000여대로 235% 늘었다.
테슬라의 1분기 중국 판매는 6만9000여대로, 이 회사의 1분기 전체 판매량인 18만4800대의 3분의1 이상을 중국에서 달성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