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차익 거래가 급증하면서 카드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암호화폐 투자가 과열되면서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최근 홈페이지에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승인 제한을 안내하는 공지를 게재했다.
공지는 해외 암호화폐 거래가 자금세탁방지 위반, 불법 현금융통, 사행성 거래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존재해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에서 관련 거래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최근 해외 암호화폐 거래 결제가 안 된다는 고객 민원이 증가해 안내 차원에서 관련 공지를 띄운 것"이라며 "하나카드는 신용카드의 해외 암호화폐 관련 가맹점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매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해당 국가의 법정화폐로 구입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다.
바이낸스(Binance) 같은 해외 거래소에서는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발급한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결제가 막힌 상황이다.
앞서 국내 8개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공동으로 회의를 열고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결제 중단 방침을 결정했다.
2018년부터 카드사들은 해외 암호화폐 거래 관련 가맹점을 발견할 때마다, 해당 가맹점에 대한 결제 승인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의 해외 거래소 카드결제를 막아왔다.
A 카드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거래가 막힌 암호화폐 거래소는 1000여개 수준이다.
한 카드사에서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를 신규로 발견하면 다른 카드사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수치는 다른 카드사에서도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 등은 이달부터 6월까지 불법 의심거래나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 외국환거래법 위반 거래 등이 있는 지 살펴볼 예정이다.
최근 암호화폐 열풍에 따른 부작용과 우려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다시 칼을 빼들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할 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투자상품 성격이 있는 데다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결제를 막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거래가 제한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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