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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기획관 둬야" "靑결단만 남아"…이재용 사면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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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대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중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수장 공백 상태로는 '타이밍'이 핵심인 반도체 대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경제 패권전쟁 핵심 키워드로 반도체를 콕 짚으면서 인텔, TSMC가 대규모 투자로 치고 나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자칫 반도체 전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이재용 사면, 권한 가진 사람에게 전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19일 "경제단체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안을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다.

홍 부총리는 "최근 경제회복 간담회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받았다.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고 했다. 다만 정확히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는 밝히지는 않았다.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전달했느냐"고 곽 의원이 거듭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영계는 앞선 16일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홍 부총리에게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손 회장은 이달 14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도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서는데 한국이 언제 '반도체 강국' 자리를 뺏길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이 부회장 사면설을 언급해 조만간 이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모종의 접촉'에 대해 삼성전자는 선을 그었지만 대규모 투자로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은 감지된다.
한미정상회담 전후 삼성 투자계획 공개 가능성
경제계가 이 부회장의 사면을 연일 띄우는 이유는 반도체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워낙 급박해서다. 지난 12일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이 백악관 회의 이후 미국 내 반도체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참석 기업인 삼성전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민 '청구서'에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일단 삼성전자는 사면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 계획을 진행할 방침. 최근 백악관 회의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 투자계획이 이르면 다음달 발표되고, 이 부회장 구속으로 늦어졌던 경기도 평택캠퍼스 P3 라인 신규 투자계획 역시 늦어도 하반기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만 50조~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다 텍사스주의 역대급 한파에 따른 오스틴 공장 '셧다운' 여파로 텍사스주로부터 추가 인센티브를 받아내기 위해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텍사스주의 인센티브가 미흡할 경우 다른 후보지를 택할 수도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입장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 늦어도 여름까지는 미국 투자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에서는 이보다 빠른 내달 하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계획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평택 2공장은 D램,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이어 올해 파운드리 생산을 위한 설비 반입에 나섰다.

평택 P3 라인은 연면적 70만㎡ 규모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각각 30조원 가량이 투입된 P1, P2에 비해 투자금이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가 장비를 많이 쓰는 라인 특성을 고려했을 때 P3 투자비가 40조~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실제 사면으로 이어지려면 정치권 등 여러 주체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가로 이끌어내야 하는 만만찮은 숙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범죄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도 사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선 가석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되기 전 353일간 수감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요건을 충족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니라 타이밍"이라며 "이 부회장의 과를 공으로 갚을 수 있는 기회라도 달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여태껏 보지 못한 '반도체 신기술'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며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안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가 반도체 안보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그걸 '이재용 사면'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시장 상황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을 반도체 회의에 대동했다"며 "우리끼리 '청와대가 방역기획관을 뽑았으니 이제 반도체기획관을 신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한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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