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법무법인 지평은 국내 로펌업계에서 후발주자였다. 변호사 변리사 등 10여 명이 모여 문을 열었다. 지평을 국내 주요 로펌으로 부상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전. 하이트맥주는 중형 로펌이던 지평과 손을 잡고 진로 인수에 나섰고 승기를 잡았다. 당시 인수금액은 3조4000억원으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성공적으로 자문함으로써 지평은 말 그대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단숨에 국내 10대 로펌에 진입한 것이다. 지평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M&A팀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는 평가다. 지평 M&A팀은 현재 M&A·사모펀드(PE)그룹으로 덩치를 키운 뒤 기업 자문에 주력하고 있다.
○지평의 주축 M&A·PE그룹
지평 M&A·PE그룹은 프로젝트별로 전담팀을 구성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관련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 등 상황별 최적의 전문가를 모아 일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거래구조 설계 및 관련 규제 검토는 물론 법률실사, 각종 계약 자문, 기업결합신고 등을 포괄하는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화려한 인적 구성도 지평 M&A·PE그룹의 자랑이다. 회사법 전문가인 신민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가 주요 플레이어다. 신 변호사는 2001년 변호사 업무를 개시한 후 M&A, 기업지배구조 분야와 환경 분야를 주로 담당해왔다.
크로스보더 M&A 전문가인 정철 변호사, 바이오산업 M&A에 정통한 이태현 변호사 등 다양한 산업별 M&A 전문가도 포진해 있다. 정 변호사는 합작회사 설립 업무와 투자 업무에서 발생하는 실사, 계약서 체결 등과 관련한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중앙아시아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법인 설립 업무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법무부 해외 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으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하이투자증권 매각 자문, 산업은행의 90개 비금융사 지분 패키지 매각 자문 등을 수행했다. 사모펀드(PE) 분야 전문가인 안중성 변호사도 M&A·PE그룹의 핵심 인력이다. 안 변호사는 지난해 하반기 PEF가 인수인으로 참여한 효성캐피탈 인수 자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지평 M&A·PE그룹은 M&A가 완료된 이후에 추가로 발생하는 법률 자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그룹 밖 전문가들과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평 내 조세, 인사·노무, 소송, 도산, 자본시장 부문 법률 전문가들과 능동적인 협업이 가능한 것도 그 요인으로 꼽힌다. 지평은 “국내외 유수 투자은행, 회계법인 및 컨설팅회사들과 긴밀한 업무 협력 체제를 구축한 상태”라며 “기업 고객의 세세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업무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으로까지 업무영역 확장
지평은 소송 수행과 거래 자문, 규제 자문뿐만 아니라 유관 분야의 컨설팅 업무로 업무영역을 넓히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이 대표적이다. 최근 ESG가 경영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지평은 ESG센터를 신설하고, 국내 유명 회계법인 출신의 전문 컨설턴트를 다수 영입했다. 이들은 변호사와 함께 기업에 ESG 경영 및 전략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또 지평은 기업 법무와 연관된 영역에서의 컨설팅 업무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내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지평은 산업안전ㆍ중대재해 부문 컨설팅을 강화했다. 이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규제 환경에 발맞춰 공공정책팀 위기관리팀 컴플라이언스팀 인권경영팀 등이 함께 정책 및 입법 컨설팅과 이해관계자 소통 컨설팅, 위기관리 컨설팅, 컴플라이언스 컨설팅 등 기업의 요청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해외 컨설팅 전문업체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더 선진화한 컨설팅 기법도 도입하고 있다. 수준 높은 입법 컨설팅을 위해 미국 법률 분석 스타트업인 피스칼노트과 손잡았다. 위기관리 컨설팅 분야에서는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 회사인 레빅전략커뮤니케이션과 협업해 지평만의 특화된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