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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쿠팡도 재벌? 해묵은 대기업집단 규제 전면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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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김 의장이 미국인이지만 국내에서 사업하는 만큼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 한국GM 등처럼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선례가 없고, 이를 강행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타국 기업과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규정에 저촉돼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30일 김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그에 앞서 답해야 할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35년 해묵은 규제를 과연 계속 존속시키는 게 옳은가 하는 것이다. 1986년 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대기업들은 복잡한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등 ‘특이한’ 지배구조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에 맞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제는 시대착오적이고 수명이 다한 규제를 과감히 풀거나 아예 폐지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간판 대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90%에 이른다. 세계시장에서 애플 도요타 등 거대 경쟁자들과 매일 ‘피 터지는 전쟁’을 벌인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자산 5조원만 되면 35개 법률에 의해 총 60건의 규제를 받는다. 자산 규모로 기업을 규제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툭하면 기업인을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고, 온갖 압력을 넣기 일쑤다. 오죽했으면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이란 말까지 나왔겠나.

그런데도 정부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더해 4년 내내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反)기업 규제들을 산더미처럼 추가했다. 그 결과가 지금 목도하듯 대기업들은 해외서 악전고투하고, 유망 신생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는 현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달 초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2020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 기업 수(16개→14개)와 매출(9094억달러→8004억달러) 모두 감소했다.

쿠팡 문제는 대기업 규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업에 족쇄를 채워 해외로 내쫓을 것인가, 족쇄를 풀어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뛰게 할 것인가. 정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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