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는 초박형 강화유리(UTG)가 쓰인다. UTG는 두께가 매우 얇아 접을 수 있는 유리 소재다. 세경하이테크는 UTG를 보호하는 광학필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를 2006년 창업한 이영민 대표(사진)는 “작년엔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고생했지만 올해부턴 다시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19일 강조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2199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8%, 영업이익은 91.4% 감소했다. 베트남 제2공장이 준공한 지 2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정상화가 늦어지고 중국 공급 물량이 급감한 탓이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 올해부터 회사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감은 폴더블폰 시장 성장세에서 나온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커질수록 광학필름 수요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지난해 약 280만 대에서 560만 대로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800만 대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등 시장이 달아오를 조짐이다. 애플, 샤오미 등 다른 스마트폰 기업들까지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드는 영향으로 내년 폴더블폰 시장은 약 2000만 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에는 100% 세경하이테크 광학필름이 채택되고 있다. 이 대표는 “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두께로 아주 얇으면서도 정교하게 필름을 인쇄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만 회 이상 접고 펴도 품질에 전혀 이상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뒷면에 텍스트나 색상을 입히는 데 쓰이는 데코필름 수요가 회복되는 것도 올해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이 회사 데코필름은 중국 스마트폰업체 오포가 주요 고객사인데 지난해 코로나19에 발목 잡혀 중단된 개발 작업이 4분기부터 정상화됐다. 이 대표는 “데코필름은 스마트폰 뒷면 케이스의 비산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예뻐 보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중국 시장 수요를 소화하는 데 제격인 데코필름 시장이 올해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경하이테크 성장을 떠받치는 광학필름과 데코필름에는 공통적으로 ‘마이크로 드라이 프로세스 데코레이션(MDD)’ 기술이 녹아 있다. 건조된 잉크를 박막으로 필름에 묻힌 잉크리본에 전류로 열을 전사해 인쇄하는 공법이다. 이 대표는 “독보적인 MDD 인쇄 기술에 라미네이션, 패턴 설계, 증착 기술을 조합하면 혁신적인 스마트폰 뒷면 디자인을 나오게 할 수 있다”며 “향후 스마트폰 애프터마켓 시장이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스 등 애프터마켓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각광받는 자동차 부품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광학필름이 끌고 데코필름이 밀면서 세경하이테크는 올해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내년엔 매출 3600억원, 영업이익은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대표는 “5년 후 매출 1조원, 시가총액 1조원 규모 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원=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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