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육군 22사단의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한다. 22사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월책 귀순’과 지난 2월 ‘오리발 귀순’이 일어나 경계 부실 책임이 불거진 부대다. 지난 2월 사건 발생 직후 과학화경계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한 군이 뒤늦은 점검 끝에 ‘장비 탓’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15일 오전 서욱 장관 주관으로 ‘2021년도 1분기 국방개혁2.0 추진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2월 북한 남성이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을 쳐서 귀순한 이른바 ‘오리발 귀순’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달 2∼5일 합동참모본부, 육군본부, 지상작전사령부 등 16명 인원으로 국방통합점검담을 편성해 정밀진단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진단에서 현재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감시 장비 성능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돼 이를 AI 기반 장비로 교체한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22사단에 시범적으로 AI 기반 장비를 설치하고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전 군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AI 기반 감시 체계는 해안의 사각지대와 취약 지역을 골라 집중적으로 감시한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카메라가 포착하는 움직임이 사람인지 여부를 판단해 경보음을 울리는 기능 등이 포함된다. 병력이 순찰할 수 없는 미확인 지뢰지대와 과거 경계에 허점이 있던 지역 등을 AI 체계에 입력하면 장비가 알아서 해당 지역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는 원리다. 육군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2023년까지 해안 경계 AI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2021년까지 주둔지 AI 감시장비를 보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사태 발생 당시 감시카메라에는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상륙하는 장면이 5회나 포착됐고 상황실에 두 차례에 걸쳐 경보음이 떴음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과학화감시장비는 사람 등 움직임이 포착되면 상황실 모니터에 작은 팝업창이 뜨고 경보음이 울리는 동시에 경고등이 켜지는 방식이다. 합참은 당시 경계를 서던 영상감시병이 2회의 경보음이 자연현상에 따른 오·경보로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군의 늑장 대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합참은 지난 2월 사건 발생 직후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과학화경계시스템상에 문제가 확인된 것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정밀진단에서 현지 과학화경계시스템의 노후화 및 기능 미흡으로 과도한 오·경보가 발생하여 근무 집중도 유지가 곤란한 상황 등 개선 소요가 식별됐다”며 “현 시스템은 2010년 이전에 소요가 결정되어 2015∼2016년에 전력화되어 현재 기술과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경계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던 합참의 발표를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국방부는 한편 국방개혁2.0에 따른 8군단사령부 해체도 늦추기로 했다. 22사단 등 인접부대의 작전 임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로 예정됐던 8군단의 해체는 22사단의 과학화경계시스템 개선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를 고려해 2023년 중반으로 미뤄진다. 올해 중 23사단을 해체하고 일부 책임지역을 22사단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대신 22사단의 작전 책임지역이 더 넓어짐에 따라 새로 창설되는 23경비여단 예하에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대대를 추가로 편성해 총 4개 대대로 보강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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