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4일 '3월 고용통계'가 발표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취업자수가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됐다"며 양적인 측면에서 고용개선이 이뤄졌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상용직 취업자수가 증가했다"며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난 것은 취업자 수만이 아니었다. 실업자, 그리고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사실상 실업자 또는 취업포기자로 간주되는 '쉬었음' 인구도 크게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쉬었음' 인구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매달 예외없이 늘어 지난달까지 '47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최장 기간 신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반등했지만, 일자리 수급 악화 현상도 지속되면서 실업자도 대거 양산됐다.
정부가 16일 경제단체장 간담회를 열고 민관 합동으로 고용 개선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해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정부가 '국가 주도형 일자리' 창출에만 힘을 주다 효과를 못 보니 이제서야 기업을 끌어들여 대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5일 한경닷컴이 통계청 고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실업자 수는 지난해 5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해 11개월째 늘었다. 이에 실업률도 같은 기간 내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실업자 수가 증가한 연령대는 20대와 30대뿐이다. 20대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6% 증가해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작년 9월부터 내내 실업자 수가 늘었던 30대는 실업자 증가폭이 20% 안팎으로 높아 실업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반면 40대(-1.1%), 50대(-4.7%), 60대(-7.2%) 등 나머지 연령대는 지난달 실업자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민간 고용 회복보다는 정부 일자리 사업이 큰 영향을 준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3% 증가했다. 4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출범 시점인 2017년 5월부터 예외없이 매달 증가하고 있다. '쉬었음' 인구는 원하는 일자리나 일자리 자체가 없는 등 구직 환경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쉬는 인구여서 사실상 실업자 또는 취업포기자로 여겨진다.
연령대별로는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30대와 40대 중 쉬는 사람이 지난달에도 늘었다. 30대는 11.1% 늘어나 13개월째, 40대는 4.5% 늘어나 2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20대는 쉬는 사람이 6.1% 감소했다. 다만 지난 2월까지 26개월째 최장 기간 증가세를 이어왔던 터라 '반짝 개선'인지, 구조적 개선인지는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
일자리 수급 문제 심각한데
이제 와서 기업과 합동?
실업자와 쉬었음 인구가 증가세인 이유는 일자리 수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업하지 못한 '구직 대기자'의 줄은 계속 길어져 왔지만, 이에 대응한 정부 일자리 대책은 공공 일자리에 치중돼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 정부에서는 공공일자리 공급에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고령층이 고용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이제 와서 기업과 합동?
그동안 전문가들은 민간 일자리 확대를 위한 고용 규제 완화, 민간 투자 확대 등을 촉구해왔다. 경기와 고용은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일자리난은 더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 기업 경기가 살아나야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텐데, 현재 상황은 이를 기대하기 어렵고 고용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노동 수요·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민간 시장은 취업문을 굳게 걸어잠근 모습이다. 설령 정부가 민관 합동 고용 창출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미지수란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63.6%는 한 명도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상반기 대비 22.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중 신규채용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비중은 17.3%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