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 남성, 여성친화정책 ‘불공정’
20대 남성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오 시장의 20대 남성 득표율은 72.5%인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0대 남성 득표율은 22.2%에 그쳤다. 특히 20대 남성은 현 정부가 외쳐온 여성친화정책이 ‘불공정하다’고 보는 데다 전임 시장의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친(親)여성 정책도 ‘위선’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오모씨(24)는 “국민의힘이 좋은 게 아니라 20대 남성을 무시하는 민주당이 싫은 것”이라며 “말로는 페미니스트를 외치며 남성을 억압하면서도 뒤로는 성추문을 저지르는 모습에 누가 지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2) 20대 여성, 성추문에 실망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페미니즘, 친환경 등 진보적 가치를 제대로 대변하는 당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박 후보(44.0%), 오 시장(40.9%), 기타(15.1%)로 갈린 20대 여성의 표심은 사실상 어느 한쪽에 쏠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주요 20대 여성의 ‘표심’이 이렇게 갈라진 건 민주당이 표방해온 ‘진보적 가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타 후보에는 여성 페미니스트 후보들이 많았다.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지은 씨(29)는 박 후보를 택했다면서도 지지해서는 아니라고 했다. 박씨는 “박원순 문제로 재선거를 하게 됐는데 또 민주당을 찍어야 하나 망설여졌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차악을 고른다는 취지로 (박 후보를) 택했다”고 했다.
(3) 30대 남성, 부동산 박탈감
30대는 상대적으로 경제 문제와 직접적으로 표심이 연결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드러난 ‘내로남불’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30대 남성 이모씨는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처가 아니라 거주처’라며 성인군자처럼 굴던 게 민주당”이라며 “그래놓고는 알고 보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자신들의 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했던 걸 보며 도저히 지지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4) 30대 여성, 증세 부담 우려
30대 여성은 생활밀착적인 아동 정책과 복지 정책을 선호하지만, 현 정부를 경험하면서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은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호정 씨(39)는 “퍼주기 정책으로 모자란 돈을 채우려고 할 때 나 같은 사람이 증세 타깃이 될 것”이라며 “남들에게 준 돈의 대가를 내가 치러야 한다는 게 짜증난다”고 했다.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30대 여성들의 표심에 영향을 줬다. 30대는 계약직 등 비중이 높은 고용취약계층 중 하나다. 정모씨(34)는 “등교 방침 등이 이랬다저랬다 명확하지 않았다”며 “주변 워킹맘들이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에 회사를 그만둔 엄마들도 꽤 있다”고 했다.
고은이/성상훈/최다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