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로 신길13, 망우1, 관악구 미성건영, 용산구 강변강서, 광진구 중곡 등 다섯 곳을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주민 동의를 받지 못한 서초구 신반포19차와 구로구 산업인아파트는 뽑히지 않았다.
공공재건축은 정부가 지난해 8·4 대책에서 도입한 개념이다. LH 등 공공기관이 조합과 함께 공동 시행자로 나선다. 그러나 좀처럼 호응이 없어 다섯 곳밖에 후보지로 선정하지 못했다.
공공재건축 후보지 다섯 곳에 그쳐
이번에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민간 정비사업으로 추진하기 어렵거나 주민 갈등으로 오랜 기간 사업이 정체돼온 곳이다. 공공재건축으로 용적률이 162%에서 340%로 높아져 현재(1503가구)보다 1.5배 늘어난 2232가구가 공급된다.
영등포 신길13구역은 신길 재정비 촉진지구에 있고, 역세권 입지인데도 복잡한 이해관계로 200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사업이 장기간 지연돼왔다. 최고 35층까지 확보해 기존보다 두 배 늘어난 461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관악 미성건영은 정비구역 토지가 비정형적이고 인근 교육시설로 높이 제한이 있어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하면서 최고 27층까지 확보할 수 있다. 공급 물량도 511가구에서 695가구로 늘어난다. 1971년 준공된 용산 강변강서는 용적률이 297%로 용도 변경 없이는 사업성 확보가 곤란한 지역이다.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499%로 높이면 최고 35층까지 올릴 수 있다.
중랑 망우1구역과 광진 중곡도 사업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다섯 곳을 다 합해도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2232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분양이 예정된 민간 재건축 최대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의 총 가구 수 1만2032가구의 5분의 1 수준이다.
국토부는 또 ‘2·4 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등의 후보지를 접수한 결과 이날까지 주민 제안 24곳, 지방자치단체 제안 69곳, 민간 제안 8곳 등 101곳이 신청해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 순항 여부 불투명
정부는 공공재건축 후보지 다섯 곳에 대해 연내 사업시행자 지정과 정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LH 등 공공기관 심층 컨설팅 결과까지 확인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후보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인센티브를 통해 기존 대비 용적률이 평균 178%포인트 높아지고, 분담금은 민간 재건축 계획 대비 평균 52%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황보수문 광진 중곡 재건축추진위원회 사무장은 “사전컨설팅 결과 분담금 감소율이 11%에 그치는 등 현재 조건으로 공공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용적률, 층수와 관련한 추가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민간 재건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 동의를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선도사업지로 최종 확정되려면 LH 등 공공 단독시행 시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조합과 공동시행 시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온라인 카페 등을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덕근 관악 미성건영 조합장은 “최고 층수가 18층에서 27층으로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분담금 감소율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며 “사업성을 높이려면 최소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춰주는 등 추가 혜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정에서 빠진 신반포19차 조합 관계자는 “공공재건축에 부정적 의견을 보인 조합원이 많아 사업을 포기했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LH 투기 의혹까지 불거져 공공재건축이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공공 주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외면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안상미/장현주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