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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의 아이들' 그 이상의 싸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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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ck the CODE!"

건물 안을 가득 메우는 쩌렁쩌렁한 인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장난 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만 남았다. 곳곳에서 신인의 패기와 풋풋함이 흘러나왔다. '비의 아들'로 데뷔 전부터 주목을 받은 그룹 싸이퍼(Ciipher), '안꿀려'라고 외치는 이들의 이유 있는 자신감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데뷔한 '햇병아리' 팀 싸이퍼(현빈, 탄, 휘, 케이타, 태그, 도환, 원)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하루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지금이 몇시인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다. 다른 거 없이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원은 "같은 길을 걸어온 멤버들이 함께 꿈을 이뤘다. 리허설을 할 때 이름표를 차고 무대 위에 있는 모습이 너무 뿌듯하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 길었던 연습기간…하나의 '싸이퍼'가 되기까지

일곱 멤버가 싸이퍼로 뭉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각자의 위치에서 가수의 꿈을 위해 최소 2년, 길게는 8년을 준비했다. 총 7인의 평균 연습기간만 4년 반에 달한다. 약 2년 전 맏형 탄이 싸이퍼의 첫 멤버로 뽑힌 뒤, 하나 둘 멤버들이 합류했다. 다 같이 모여 연습을 한 지는 1년 정도다. 숙소 생활도 데뷔 이후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인터뷰 당일 싸이퍼는 "오늘 이사했다"면서 "그동안 집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드디어 다 같이 모여 살게 됐다. 일곱 명이 처음으로 같이 자는 날이 오늘"이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싸이퍼에는 유독 낯익은 멤버들이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들이 대거 속해있기 때문. Mnet '프로듀스X101' 출신 현빈, 그룹 몬스타엑스를 탄생시킨 '노머시' 출신 탄, '언더나인틴'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원더나인에서 활동했던 원, 'YG 보석함' 출신 도환·케이타, '고등래퍼4'에 출연했던 태그 등이다.

리더 현빈은 "다들 오래 연습했고, 여기저기서 많은 경험을 하고 온 친구들이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데뷔의 꿈이 현실이 된 게 신기하고 행복하다. 피곤한 걸 모른 채로 행복감에 빠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다 집에 가면 바로 피곤한 거다. 하지만 스케줄하는 동안에는 내내 기분이 좋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데뷔 쇼케이스 당시 탄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노머시'에 출연했던 그는 몬스타엑스 멤버로 합류하지 못한 아픔을 지니고 있다. 군대까지 다녀온 '군필돌'인 탄의 연습기간은 복무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7년을 훌쩍 넘긴다. 탄은 "쇼케이스 당일 고맙게도 몬스타엑스 선배님들이 무대를 보고 '잘 봤다'고 전화로 얘기해줬다. 그 얘기를 듣자 '진짜 내가 무언가를 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더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벅찬 감정은 다른 멤버들도 동일했다. 현빈은 "기자님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하고 팬, 부모님 앞에서 쇼케이스를 했는데 휘 형 빼고 다 울었다. 백스테이지 가서 다들 펑펑 울었다. 그땐 진짜 행복하고, 감격스럽고, 많은 감정이 오갔다. 다들 잊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탄은 "다른 것보다도 일본인인 케이타나 가족들이 태국에 있는 태균이가 부모님이랑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데 마음이 짠하더라.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더라"며 멤버 간 돈독한 우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첫 정산을 받으면 어떤 걸 하고 싶냐고 묻자 모두가 "오!"라고 감탄하며 행복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떳떳하게 부모님한테 용돈을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휘)
"정산 받은 걸 딱 3등분 해서 하나는 부모님 드리고, 하나는 저축하고, 나머지 하나로는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밥을 사드리고 싶어요. 사촌 형이 첫 월급 받았다고 치킨을 사준 적이 있어서 그걸 갚아야해요. 기프티콘으로 보내주고 싶어요." (도환)
"90%는 부모님께 드리고, 5%는 저축, 5%는 제가 쓰려고요." (태그)
"제가 번 돈으로 가족들과 함께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멋진 저녁을 대접하거나 선물사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부모님 생일을 챙겨드릴 때 용돈으로 사는 거니까 받은 걸 거의 돌려주는 거였잖아요. 이제는 떳떳하게 제 돈으로 밥을 사드리고 싶어요. 신용카드도 만들고요!" (현빈)
"회사 연습실에 안마의자가 있는데 그걸 쓰자마자 드는 생각이 '우리 집에도 놔야겠다'였죠. 부모님께 먼저 좋은 걸로 하나 사드리고 나머지 돈은 전부 드릴 거에요." (탄)
"어차피 정산 통장이 부모님 이름으로 돼 있어서 다 부모님께 드리지 않을까요." (원)
"조금 모아놨다가 크게 가족들이랑 여행 가보고 싶어요." (케이타)
◆ '비의 아이들' 싸이퍼, 부담보다는 자부심으로!

싸이퍼는 '월드 스타' 비가 제작한 아이돌이다. 과거 그룹 엠블랙을 만들었던 바 있는 비의 두 번째 도전이다. 비는 제작 외에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싸이퍼와 동반 출연하며 이들을 적극 지원사격했다. 싸이퍼에게 비는 어떤 대표이자 제작자일까.

멤버들은 '자율성'을 지켜주는 제작자라 입을 모았다. 음악적으로도 '강요'가 아닌 자유로운 '소통'을 우선한다는 것. 멤버들이 대표나 사장이 아닌, 정지훈(비 본명)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태그는 "항상 우리의 의견을 정말 많이 들어주신다"고 전했고, 탄은 "항상 먼저 모니터를 하고는 연락을 해준다"고 말했다.

'비의 아이들'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것에 따른 부담감은 없었냐고 묻자 케이타는 "부담감이 많다. 그래서 더 연습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비라는 존재 덕분에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뒤에 아빠가 우리 뒤에 있는 거다"며 해맑게 웃었다. 휘 또한 "힘들 때마다 먼저 눈치 채고 연락을 하시더라.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 되어 주신다"며 비를 향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태그는 "예전엔 '비의 아이들'이라는 말이 부담감이었다면, 지금은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현빈은 "지훈이 형의 명성에 누가 되면 안되다 보니 더 열심히 한다. 우리가 장난식으로 '지훈이 형을 뛰어넘는 팀이 되자'고 말한다. 정말 목표를 크게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자 및 대표로서의 비, 가수 선배로서의 비는 어떻게 다를까. 현빈은 "우리가 보는 모습은 늘 제작자, 대표님의 모습이었는데 청하 선배님과 '와이 돈 위(WHY DON'T WE)'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맞아, 우리가 아는 가수 비란 이런 모습이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 보니 갭 차이가 정말 크더라. 한국의 '톱 댄스가수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걸 보고 나니 더 믿음이 갔다. 예전에 전성기를 이미 찍었는데 요즘 스타일로도 다시 한 번 전성기를 찍은 거지 않느냐. 모든 걸 걸고, 믿고 가도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더 굳건해졌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연습생을 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와 YG 소속으로 데뷔 준비를 하던 케이타는 "보면 볼수록 멋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부모님이 좋아하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피와 살이 되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고. 현빈은 "지훈이 형이 경험을 토대로 얘기해주는 거지 않느냐. 성공사례가 옆에 있는 거다. 늘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며 "항상 '사람들의 니즈는 다르다. 내가 말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주고 싶은 것 뿐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파트너의 입장으로 우리의 의견도 얘기해달라고 한다. 그래야 전 연령층의 니즈를 충족하는 팀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비를 향해 존경심을 표했다.
◆ 그냥 신인 NO, '실력파' 꿈꾸는 싸이퍼

싸이퍼의 데뷔 앨범은 전부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채워졌다. 케이타, 태그, 원은 작사·작곡진에 이름을 올리며 음악적 역량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타이틀곡 '안꿀려'는 태그가 작곡하고, 태그와 케이타가 공동 작사했다.

데뷔 앨범에 자작곡을 싣는 건 보기 드문 기회다. 태그는 "자작곡이 개인 앨범의 수록곡으로 들어가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팀의 타이틀이라니 기쁘고 행복하다"며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만든 곡을 대중들에게 들려드리는 게 처음이라 반응이 어떨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됐다. '안꿀려'를 맨날 추고 있는 지금도 내 노래같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휘는 "더 의미 있는 건 이 곡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고른 거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빈은 "지훈이 형이 만날 때마다 작곡하는 멤버들에게 '새벽이든 언제든 곡 만들면 보내달라', '곡 잘 만들고 있냐' 등의 말로 격려해주신다. 피드백도 바로 해주신다"고 전했다.

태그는 "책임감과 함께 부담감이 엄청 크다. 좋은 곡이 나와서 그걸 팀으로서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느냐. 그래서 원, 케이타랑 항상 더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고백했다.

싸이퍼는 자신들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팀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빈은 "지훈이 형이나 회사 분들이 요즘 아이돌 시장은 체계적인 커리큘럼 하에 오래 준비해서 나와도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걔네 좋아요'가 아닌 '걔네 알아요'라는 말만 들어도 반은 성공한 거라면서 '알아요'에서 '좋아요'로 가는 반응을 이끌어내자고 한다. 우리야 처음부터 대박이 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지훈이 형의 말을 듣고 차근차근 가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싸이퍼가 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휘 역시 "지훈이 형이 항상 말하듯 요즘은 확 떴다가 사라지는 아이돌 팀도 많은데 천천히 올라가면서 팬분들과의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싶은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싸이퍼만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도환은 "음악적으로나 개개인의 특색들을 주목해주셨으면 한다. 노래도 좋고 개개인의 매력도 뛰어나고 개성있다. 한 번 봤으면 한 번 더 보고 싶은 그런 팀"이라고 답했다. 태그는 "'잘생겼다', '귀엽다', '예쁘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지만 그것보다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음악적으로 잘하는, 실력 있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새기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현빈은 "요즘 K팝이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하지 않느냐.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을 보고 애국심이 생긴다는 댓글을 많이 봤는데 우리의 무대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해외에 나가서 무대했을 때 '저게 K팝이지'라고 생각되었으면 한다. 싸이퍼가 자신감과 자부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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