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현대차 공장이 멈춰서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에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1공장 휴업을 결정한 현대차가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휴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오는 10일 특근을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코나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한다.
완성차 공장이 멈춰서며 부품업계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6일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53개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8.1%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을 하고 있고, 72%는 수급 차질이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64% 업체가 반도체 수급 문제로 20% 이내 감산을 단행했고 36%는 50% 이내로 감산했다.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고,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2분기 생산량이 160만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매출이 606억 달러(약 69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노근창·박찬호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2분기 말부터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올해 3분기나 4분기께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세계 3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GF)의 톰 콜필드 최고경영자는 최근 방송을 통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차량용 반도체는 고사양 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정이 까다로워 쉽게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세계적 현상인데다 공급 업체들이 하루아침에 '뚝딱' 공장을 증설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확보를 위해 대만 정부는 물론 TSMC 측과도 협의를 진행했으나 소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공급 압력을 받는 상황에 우리나라에만 물량을 늘려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에 따라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젠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이를 필요로하는 자동차, 가전, 통신기기 등의 산업에 내재화함으로써 수입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면서 "미국이 반도체 제조시설을 자국에 짓겠다고 나선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코로나 백신 확보 경쟁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