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6일(09: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오는 9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국내 주식 순매도세를 막기 위한 '리밸런싱'안을 재논의한다.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로 매월 말 열리는 기금위 전에 이례적으로 열리는 '원포인트' 기금위다.
해당 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 초부터 주식 순매도를 이어온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엔 일시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달 말 열린 기금위에서 해당 안건이 보류된 지 2주일만에 강행되는 해당안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 여당이 소위 '동학개미' 표심을 의식해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통과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오는 9일 기금위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운용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안'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달 26일 열린 기금위에서 해당 안이 보류된 지 2주일 만에 열리는 회의로, 다른 안건 없이 리밸런싱 안건만을 논의할 계획이다.
해당 안은 올해 국내주식 비중 목표인 16.8%는 그대로 두고 총 허용한도 ±5% 안에서 문제가 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현재 ±2%포인트에서 ±3~3.5%포인트로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현재 14.8~18.8%인 국내 주식 SAA 허용범위가 13.3~20.3%까지 넓어진다.
원칙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SAA 허용범위를 넘어 전술적 자산배분(TAA) 한도인 ±5%까지 해당 자산 보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SAA를 넘어설 경우 기금위에 보고하는 등 제약이 따라 실무적으론 SAA선까지 허용 한도를 잡고 비중을 조절해왔다.
이 안이 논란이 된 이유는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이 작년 말 기준 21.2%로 적정 목표(16.8%)를 크게 웃돌자 올 들어 15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왔다.
해당 안건은 지난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회의에서 정부는 평소 기금위 독립성 확보를 이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측 위원들을 참석시켜 해당 안건 통과를 시도했다. 국내 증시 안정을 위해 리밸런싱을 통한 매도세를 멈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기금운용위 위원들의 반대를 뛰어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은퇴 인구 증가에 따른 국민연금 운용액 감소를 감안하면 국내 주식 매도는 불가피하며, 지금 주식을 팔지 않으면 미래에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 같은 논리로 기금위에 앞서 안건을 검토하는 전문가 기구인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실무평가위원회에선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전체 자산의 19.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목표 범위 상단(18.8%)과 0.3%포인트 차이에 불과하고, 현재도 3%포인트만큼 재량으로 추가 보유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기금위를 여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 방역, LH사태 등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지수 수성을 정권 차원의 중대 목표로 잡고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오는 7일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가 열리기 전에 9일 기금위 일정을 잡은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리밸런싱이 오는 5월 결정되는 5년 단위 중기자산배분안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리밸런싱은 정해진 목표 비중 하에 운용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조치다. 중기 자산배분안에선 향후 5년 뒤 자산군의 목표 비중이 정해진다.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향후 5년 내에 국내 주식을 15%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이 비중을 20%로 확대하려는 안을 추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수입을 제외한 순수 보험료 유출입이 역전되는 2030년을 전후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애써 줄여놓은 국내주식 비중을 다시 확대하는 것은 리스크를 확대해 기금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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