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4일(09:5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코스피 상장 요건이 완화되면서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 간 상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여러 특례 상장 제도를 갖추고 있는 코스닥시장본부는 새로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아 고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해 코스피 상장 요건을 완화했다. 시가총액이 1조원만 넘으면 다른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증시에 상장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시가총액 ‘6000억원·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 요건도 ‘시총 5000억원·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상장 요건에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상장 추진 기업은 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상장 요건 완화는 미래 성장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코스피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난감해진 건 코스닥시장본부다. 코스닥시장은 그동안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미래 성장기업 유치에 힘써왔다. 하지만 대형 기업들은 주로 코스피 상장을 택하고,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는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상장 요건 완화 후 기업들의 코스피 상장 문의가 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심사팀에 시총 1조원 요건 등 완화된 기준으로 상장할 수 있는지 묻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노렸던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도 코스피 상장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은 지난 2월 3050억원을 유상증자했지만 여러 해 동안 적자가 누적돼 자본총계가 여전히 마이너스 2000억원대다. 기존 상장 요건으로는 코스피 입성이 불가능했지만, 시총 단독 요건이 생기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해졌다.
티몬 기업가치는 현재 2조원대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 기업도 기본 요건인 공모 후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기준만 넘으면 된다”며 “질적 심사가 남아있지만, 티몬 같은 기업도 코스피 상장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내부적으로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다만 이미 여러 특례 제도를 갖추고 있어 새로운 대응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고민이다. 코스닥시장은 2005년 처음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시행된 뒤 2016년 성장성 추천 및 이익미실현 기업 특례(테슬라 요건), 2017년 사업기반 모델 특례, 2019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특례 등을 도입했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고민은 하고 있지만 방안이 구체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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