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 2시는 다반사고 새벽 4, 5시에 보내주는 자료에 뭉클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 1차관직을 내려놓은 김용범 전 차관(사진)이 코로나19 관련 경제 피해 대응 과정의 고군분투를 털어놨다. 사임 다음날 기재부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고별사를 통해서다. 여기서 그는 “(1차관에) 부임하며 팀워크에 도움이 될까 해 여러 개의 단톡방(단체 모바일 채팅방)을 만들었다”며 “단톡방에 숙제를 자주 올려 시도 때도 없이 부담을 주는데도 묵묵히 잘 따라준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6·25전쟁 이후 최다인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는 새벽 4, 5시에도 기재부 공무원들이 단톡방에 완성된 보고서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고별사에서 김 전 차관은 마스크TF와 경제중대본 대응팀부터 세제실, 예산실 등 주요 조직의 이름을 거명하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어지간한 위기를 다 경험해봤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공포 그 자체였다”며 “기재부가 합심해 어려운 고비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공무원들은 “김 전 차관의 글을 보고 감동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안팎에선 김 전 차관이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금융위원장 등을 맡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업무 및 소통 능력을 인정받은 데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다만 철저한 ‘기재부주의자’로 보인다는 점은 약점”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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