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상대로 한 개인 소송이 근래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책 오류나 행정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는 개인 소송은 2016년 1030건에서 지난해 1419건으로 4년 새 38% 증가했다. 금전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국가배상법에 의거한 소송으로, 법무부 통계에 잡힌 것만 이 정도다. 여러 형태의 다른 대(對)정부 소송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소송 결과도 국가 잘못으로 판결 난 경우가 많다. 판결 형태가 다양하고 재판 시일도 폭넓어 일괄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국가의 ‘전부 패소’도 적지 않다. 국가배상 금액이 2016년 2287억원에서 2018년 7622억원으로 급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법적 다툼에 나서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자기 권리를 스스로 지키려는 시민의식이 높아진 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까지 그렇게만 본다면 크게 오산이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권리구제형 소송이 늘어나는 근본 원인을 살펴야 한다. 무리한 정책이 늘었고, 행정의 품질 또한 떨어진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그럴싸한 명분만 내세운 채 합리적 공론 과정, 합법적 절차, 꼼꼼한 사후처리 없이 마구 달리는 거친 정책이 늘어난 원인이 크다. 기관 이기주의에 빠진 칸막이 행정과 늑장 행정에다 복지부동까지 빚어지면서 민원인이 경제적 손실 이상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한 게 현실이다.
안 그래도 헌법보다는 법률과 시행령이, 명문화된 법규보다는 ‘가이드라인’이나 ‘창구지도’가 더 무서운 게 한국의 행정 관행이다. 기업은 ‘훗날’이 두렵기도 하고 대관업무도 워낙 종류가 많아 웬만한 불이익은 참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리의식이 높아진 시민은 잘못된 정책과 부당한 행정을 마냥 참지 않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또한 공공의 비대화, 즉 ‘큰 정부’에 따른 필연적 부작용이다.
온갖 규제법이 쏟아지면서 일선 공무원이 복잡해진 법규체제를 따라가지 못해 정부가 피소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단순 부주의나 심지어 고의·악의적 행정 오류도 많다. 어느 쪽이든 선진 행정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들의 코로나 집단감염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들쭉날쭉 자의적 영업제한 조치에 대한 자영업자 소송이 어떻게 판결 날지 주목된다. 지금도 법원에는 행정 소송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B급 행정, C급 정책이 A급 기업과 시민에 호령하고 군림하는 식이어선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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